독일 Daily Life

독일 한식당에서 독일인들과 소주 회식했어요

Herr Choi 2017. 2. 14. 01:38

  독일 한식당에서  독일인들과 소주  회식했어요 

 

Hallo! Guten Tag !


안녕하세요 Herr 초이입니다.

 

이제 2017년 새해도 1달이 지났네요. 독일 회사는 신년회나 송년회 같은 연초, 연말 회식을 거의 하지 않아요. 12월부터 1월초까지는 특히 여러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대부분 한달씩 자기 나라로 돌아가서 휴가를 즐기고 오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1월 2째주까지는 모든 그룹원이 모이기 참 힘들답니다.

 

독일 회사에서 처음 맞는 새해다 보니 신년회 같은 회식이 없어 조금 낯설기도 합니다. 2월 초 어느 날 마케팅 부서에 있는 독일인이 저에게 회식 제안을 합니다.

 

마케팅 부서 독일인: Herr Choi, 내일 저녁 젊은 직원들끼리 저녁 먹으면서 한잔 어때?

Herr 초이: 내일? 뭐 갑작스럽긴 하지만 괜찮을 것 같아. 장소는 어디 좋은 데 있어?

마케팅 부서 독일인: 중앙역 번화가 쪽에 괜찮은 한식당이 있다는데 알고 있었어?

Herr 초이: 혹시 EAT DRINK MAN WOMAN (음식 남여) 말하는거야? 아직 가보진 않았어 한국 친구들한테 듣기만 했지

마케팅 부서 독일인: 아 그래? 거기 한번 가보자 ! 내가 예약해 놓을게

 

이렇게 해서 다음 날 저녁 5시반에 퇴근해서 독일인 직원들과 한식당에 가봅니다.

독일 이민 온지 7개월차이지만 와이프와 저는 아직까지 한국음식이 생각나지 않아서 한식당은 한군데밖에 가보지 않았습니다. 워낙 제가 사는 Stuttgart (슈투트가르트) 지역은 한국인이 독일내의 다른 베를린, 함부르크, 프랑크푸르트, 뮌헨에 비해 많지 않아서 한식당도 별로 없기도 하구요. 가격 또한 비싼 편이라 잘 안가게 되더라구요.

 

 

그래도 독일인들과 함께하는 회식을 한식당에서 하는 것은 색다른 회식 분위기를 보여줄수 있을 것 같아 한식당으로 가기로 했어요.

 

독일 슈투트가르트 중앙역 근처에 EAT DRINK MAN WOMAN (음식 남여) 라는 한식당이 있습니다. 음식 남여 한글 그대로를 한자로 표기한 것이 참 이색적입니다.

 

 

한식당 안에 들어가니 분위기는 중국음식점 분위기더라구요. 알고봤더니 사장님을 포함 직원 분들이 다 중국분이시더라구요. 중국인들이 하는 한식당이라.....음....무언가 의심쩍은 기분도 들었지만 뭐 메뉴판을 받아보았습니다. 2층으로 되어있었는데 2층에는 독일인 손님들도 꽉 차 있어서 저희는 1층에 자리를 잡았지요.

 

 

주류 메뉴를 보니 막걸리를 포함하여 소주, 백세주, 청주 등의 한국 주류를 팔고 있었어요. 역시 예상은 했지만 가격은 놀랍습니다. 막걸리 한 병에 4.5유로 (한화 기준 5600원) 소주 한병에 4.9유로 (한화 기준 7300원) 으로 한국 기준 2배 정도 하더라구요. 10년 전에 영국 학회에 참석하기 위해 런던에 갔을 때 한식당에서 소주를 먹었는데 그때도 7000원 정도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연구실 선배들이 한국에서는 소주를 강요해서 먹였는데 런던에서는 아까우니 먹지 말라고 하더라구요 ^^

 

 

수정과와 식혜 메뉴도 있어 놀랐습니다. 식사 메뉴는 세트메뉴와 단품 메뉴로 구성이 되어있었는데 세트 메뉴는 아래 사진과 같이 1인당 35~40유로 정도를 내면 4~5가지의 한식을 즐길수 있는 메뉴입니다. 독일인들에게 설명을 해주니 세트메뉴보다는 단품 메뉴를 여러가지 섞어서 먹자고 하더라구요.

 

"원래 독일인들은 피자도 1인 1피자 할만큼 자기 음식은 자기만 먹는 방식인데 단품 메뉴를 같이 공유하면서 먹자는 것에 놀랐습니다."

 

 

Suppe 종류에는 김치국, 미역국, 만두국 (한화 기준 5600원) 등이 있었고 사이드 디쉬로는 만두, 김밥, 두부 김치, 해물파전, 달걀 말이 등이 있었어요. 가격은 역시 비싸더라구요. 달걀말이가 한화 기준 12000원정도 하니 말이죠. 한국에서는 식당에서 웬만하면 달걀 말이는 서비스로 나오잖아요^^

 

 

Main 요리로는 한국의 유명한 불고기, 삼겹살, 소갈비 구이 들이 있었어요. 또한 돌솥 비밤밥, 오징어덮밥 등의 밥 종류도 있었고 찌개로는 김치찌개, 순두부 찌개, 된장 찌개가 있었습니다. 김치 전골, 해물탕, 불낙 전골 등의 전골 요리도 판매를 하고 있었는데 가격이 너무 비싸서 전골 요리는 Pass 하기로 했습니다.

 

 

독일인1: Herr Choi, 한국인으로서 외국인들에게 추천할만한 한국음식이 뭐야?

Herr 초이: 음 우선, 김치찌개, 해물파전, 삼겹살이 괜찮을 것 같아

독일인2: 오삼불고기는 뭐야?

Herr 초이: 아, 오삼 불고기는 오징어 (Cuttle fish)의 '오'와, 삼겹살 (돼지고기)의 '삼'을 따와서 만든 말이야. 이것도 괜찮은데 너네 독일인들한테는 매울것 같은데 한번 먹어볼래?

독일인3: 응 좋아! 그런데 김치국이랑 달걀 말이도 한번 먹어 보고싶어.

 

 

우선은 여러 메뉴를 시키고 독일식 회식스타일로 맥주를 한잔하기로 했습니다.  서로 다른팀에 있다보니 근무시간에는 자기일에만 집중하는 독일 회사 성격상 이런 자리 이외에서는 서로 친하게 지낼 기회가 거의 없더라구요. 맥주를 마시면서 회사 이야기보다는 서로의 가족 이야기, 육아 이야기 등을 나누면서 음식을 기다렸어요.

 

그리고 독일인 직원들이 저의 독일 생활 정착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물어봐줘서 고맙기도 했죠.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기로는 독일인들은 정말 차갑고 정이 없다고 하지만 저희 회사 직원들은 굉장히 따뜻한 편이랍니다.

 

 

주문한 음식 중 김치국이 나왔는데 일본식 미소 된장국 같은 스타일이라 굉장히 놀랐습니다. 양도 굉장히 적었구요 이게 5600원이라니.....독일 직원들은 맛있다면서 잘 먹길래 가만히 있었어요...

 

 

밑반찬들도 나오는데 김치, 오이지, 깍두기, 시금치 등 여러 반찬이 나와 좋았습니다.이런 반찬들은 독일에서도 해먹기 참 힘들거든요. 김치를 먹어봤는데 한국 김치와 거의 비슷한 맛이라 깜짝 놀랐습니다.중국인이 만들었길래 중국식 김치를 예상했거든요^^

 

 

해물파전과 두부김치가 나왔습니다. 해물파전은 생각보다 양이 적었지만 독일인들의 반응은 굉장히 좋았습니다. 두부 김치는 제가 보았을 때 한국 두부김치와는 좀 달랐는데 두부 자체도 얇기도 했지만 김치모양도 얇고 기다랗게 썰어진 모습이었거든요.

그래도 맛은 좋았습니다. 두부를 잘 먹지 않는 독일인들도 두부 김치에 대해 호감을 표했어요.

 

 

12000원짜리 계란말이입니다! 한국의 계란말이와 특별히 다른 것 없는 계란말이였어요. 독일인들은 굉장히 열광하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한마디 했죠.

 

"이거 한국에서는 거의 대부분 음식점에서 공짜로 제공하고 무한리필도 해줘"

 

그랬더니 한국은 정말 음식점 천국이라면서 한국 꼭 놀러가야겠다고 하더군요.

 

 

자 이제 한국 음식도 슬슬 먹었으니 한국 소주를 시작해볼때인것 같아 독일인들에게 한국 소주를 먹자고 권해봅니다.

 

Herr 초이: 자 한식당에 왔으니 한국식 소주로 회식을 해볼까?

독일인들: 좋지! 한국 술은 뭐가 있어?

Herr 초이: 여러 술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소주를 가장 많이 먹는 편이지, 이거로 한병 먹어보자!

 

 

 

우리의 국민 술 ! 참이슬이 나왔습니다. 독일 이민 7개월차에 만나는 우리의 참이슬. 독일에서 보니 참 반갑군요. 참이슬 병을 따면서 독일인들에게 한국식 소주 잔 받는 문화에 대해 알려줬습니다.

 

Herr 초이: 한국에서는 소주를 받을 때 두 손으로 받고 가장 나이가 많은 사람부터 술을 따라주는 문화가 있어. 우리 중에 누가 나이가 가장 많지?

독일인2: 난 82년생이야! 내가 가장 많을거야. Herr 초이 너는?

Herr 초이: 난 84년생이야.

 


원래 독일인들은 서로 자기 나이를 한국처럼 처음 만났을 때부터 이야기하는 편이 아닙니다. 존대말도 따로 없기 때문이죠. 독일식은 서로 안친하거나 처음 만나는 경우 Sie (당신) 이라고 칭하며, 아무리 나이차가 많아도 서로 많이 친하면 Du (너) 라고 칭하거든요. 그래서 저도 제 그룹장과 부서장 (한국으로 따지면 부장급) 에게 Du (너!!) 라고 합니다.

참 한국과 다르죠? 여기 독일은 상하 수직 관계가 아니라 너무 좋습니다.


 

 

이렇게 나이 많은 순서로 소주를 따르고 한국식 스타일 " 건배" 라고 외치며 원샷을 합니다. 한국 술 소주를 처음 맛본 독일인들이 소주 특유의 맛을 역겨워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다들 소주 맛 괜찮다면서 좋아하더라구요. 소주를 마시는 중간에 김치찌개가 나왔어요.

소주에는 역시 김치찌개죠! 독일인들에게 소주와 김치찌개는 환상의 궁합이라고 알려줬더니 바로 김치찌개 전쟁에 들어갑니다.

 

보기만 해도 굉장히 매워보이죠? 하지만 한국식 김치찌개와 맛이 정말 똑같더라구요. 김치찌개를 처음 맛본 독일인들도 굉장히 좋아했습니다. 소주 한병은 금새 비워졌구요. 다시 소주 한 병 추가됩니다......

 

 

소주로 분위기가 오를 때쯤 오삼 불고기와 삼겸살이 나옵니다. 고기를 굉장히 좋아하는 독일인들이기에 고기는 꼭 회식에 필요합니다. 오삼불고기는 익으려면 좀 기다려야해서 우선 삼겹살에 집중해봅니다.

 

 

독일 오기전에는 몰랐는데 독일인들의 코리안 바베큐 사랑은 굉장합니다. 독일인들이 한국이나 일본에 출장 갈때는 항상 코리안 바베큐 레스토랑을 먼저 예약할정도로 좋아하는데요 단순히 고기에 양념을 해서 먹는 독일식과는 달리 한국식 바베큐는 고기와 양파, 채소, 상추, 쌈장, 마늘 등을 싸서 먹기 때문이죠.

 

그래서 삼겹살도 10분도 안되서 다 없어지더라구요. 추가로 시킨 소주도 점점 바닥을 향해 가고 있었죠..

 

 

삼겹살이 없어지니 오삼불고기가 다행히 다 익었습니다. 어때요? 한국식 오삼 불고기랑 다를게 없죠? 맛도 비슷하더라구요. 독일 동료들도 굉장히 좋아했구요. 원래 독일인들은 매운것을 잘 못 먹는데 이 오삼불고기는 매운데도 불구하고 잘 먹더라구요.

 

 

이렇게 해서 즐거운 한식 회식은 마무리됬습니다. 계산서를 보니 총 165유로...한화 기준 20만원이 나왔더라구요. 4명이서 20만원....우리가 먹었던 오삼불고기 하나만 해도 5만원이니 이해는 갑니다. 소주도 한병에 7000원이었으니까요...

계산도 독일식으로 더치페이합니다. 각자 40유로 정도씩^^ 계산할때는 참 한국회식보다 편해서 좋아요. 한국에서 회식할때는 제가 직급이 높은 편이라 많이 내곤 했는데 여기 독일은 직급, 나이 상관없이 더치페이 하니 좋네요.

 

 

독일인들과 소주를 마시며 즐긴 즐거운 한식 회식이었습니다. 하지만 한식당에 자주는 가지 못하겠어요. 너무 비싸네요 ^^ 그래도 독일인들에게 한국식 술 문화와 소주를 알려준 특별한 회식이었답니다.

 

그럼 다음 포스팅도 기대해주시고 !


Auf Wiederseh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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