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Daily Life

독일에서 한글학교를 운영하며 느끼는 고충들

Herr Choi 2023. 12. 19. 19:38

독일에서 한글학교를 운영하며 느끼는 고충들

 

Hallo Guten Tag

 

안녕하세요 독일 이민 8년차 Herr 초이입니다.

 

올해 1월에 해외취업 전자책 펀딩 관련 포스팅 이후, 11개월만에 용기와 시간을 내어 글쓰기 버튼을 눌렀습니다. 사실 블로그에 소흘한것은 사실입니다. 2016년 처음 블로그를 시작하여 거의 8년동안 블로그를 유지해왔는데, 작년 말 회사에서 Management 역할을 맡으면서 글쓰는 시간을 내기란 여간 어려운일이 아니더라구요.

 

그리고 아이가 커가면서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중요해진다는 것을 점점 더 느끼게 되었어요. 블로그 초창기 포스팅에도 썼지만, 우리가족이 독일에 온 이유 중 가족과의 시간이 가장 큰 목표였는데 어느 순간 독일 회사에서 밤늦게까지도 일하고 있는 저를 보면서, 순간 현타가 오더라구요.

 

"내가 이러려고 독일에 온게 아닌데,

어느순간 왜 한국에서보다 더 바쁘게 살고 있는것 같지?"

 

그래서 지난 7월부터는 회사 일이 일찍 마칠때면, 노트북을 과감히 덮어 두고 아이와 많은 시간을 보내려고 했습니다. 주말에도 회사 노트북을 전혀 켜지 않고 아이와 시간을 보내거나, 가끔은 나를 위한 시간을 가지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블로그할 시간 대신,  아이와 시간을 보내느라 포스팅을 전혀 못했는데,  제 블로그 구독자님들의 많은 양해 바랍니다 ^^;;

 

독일 주변국 하나인, 프라하 여행

 

 

사실 또 하나의 이유는 한글학교입니다. 저희가 사는 도시는 베를린, 프랑크푸르트, 뮌헨과 같은 대도시는 아니지만, 한국의 "천안" 정도에 비교할수 있는 도시인데 저희가 오기전부터 한글학교가 존재하였습니다. 3년 전부터 저희 와이프는 한글학교에서 가장 나이가 어린 반의 선생님으로 매주 토요일마다 일을 했는데요, 올해 초 교장직까지 물려받으면서 교장 겸 선생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매주 토요일에 3시간정도 일을 해야하는 한글학교지만, 이 수업을 하기까지는 학부모님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의 수많은 준비과정들이 있습니다.

 

" 이번 주는 어떤 주제로 수업을 해볼까? "

" 이번 주는 한글의 날이니 한글의 기원에 대해 어떻게 쉽게 가르칠수 있을까? "

 

저는 코로나 이후 3년 넘게 주로 집에서 홈오피스를 주로하는 터라, 제 방에서 일을 하다 잠깐 거실로 나오면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교구와 프린트물로 집이 난리도 아닙니다. 그만큼 저희 와이프는 한글학교에 열정을 다하고 있어요. 

 

사실 한글학교 교장을 포함한 임원, 선생님들은 봉사를 바탕으로 일을 하고 있어요. 한달에 소정(?)의 수고비가 나오긴 하지만 하는 일에 비하면 거의 무료로 봉사하는 것이라고 보아도 무방합니다.  독일에서 자라는 우리 한국 아이들이 모국어인 한글을 잊지 않고 조금이라도 더 배울수 있도록, 우리 선생님들은 독일에서 소중한(?) 주말에 나와 일을 하고 있어요.

어떻게 보면 우리 한글학교 선생님들은 독일에서 주말이 절반밖에 없는 삶을 살고 있는 셈이지요. 한글학교 학부모님들은 여행을 간다든지, 아이가 아프다든지 하면 안나와도 괜찮지만 교장 및 선생님들은 아이가 아파도 주말에 나와서 다른 아이들을 위해 일을 해야하니까요.

 

(심지어 저희 부부는 코로나19 백신주사를 맞은 다음날 엄청난 고열과 몸살 속에서도  한글학교에 나와 일을 하기도 했답니다.)

 

한글학교에서 추석 기념 비빔밥 준비

 

한글학교는 주로 한국 명절, 공휴일에 맞춰 행사를 진행하는데요. 이런 행사를 기획, 준비, 총괄하는 업무도 물론 교장 및 임원분들의 몫이지요. 명절때는 비빔밥을 준비하기도 하고, 아이들에게 만두 빚는 경험을 제공하여 만둣국을 먹기도 합니다. 

 

한글학교가  e.V 라는 "비영리 단체"로 독일에 등록이 되어있어서 재외동포단체로부터 받는 지원금 및 학부모님들의 소정의 수업료 등 수입과 지출에 대해 정확히 세금 신고가 들어가야해서, 연말 연초가 되면 세금 신고하는 업무로 인해 교장 및 임원분들의 업무가 상당합니다. 1년치 영수증 및 수입 지출 내역이 정확히 들어맞아야하기 때문이죠. 

 

교장의 남편으로 사는 것도 사실 만만치 않습니다. 한글학교가 매주 토요일 오전부터 늦은 오후까지 수업이 있어, 토요일에 항상 시간을 비워두어야 합니다. 매주 수업에 챙겨가야하는 교구, 교재들이 꽤 많고, 학부모들이 오기 전 책상 및 의자 정리는 해놓아야 하는 등 남편으로서 해주어야 할 일들이 꽤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 집 차고는 한글학교 물품으로 항상 가득차 있죠. 한글학교 창고로 보아도 무방합니다 ㅎㅎ)

 

하루는 이런 일도 있었지요. 한글학교에 갔더니, 창문이 깨져있더라구요. 그 밑에는 큰 벽돌이 몇개 놓여져있었고 수많은 유리 파편들이 여기저기 흩어져있어 아이들에게 위험한 상황이었죠. 

저와 와이프는 우선 경찰 접수용으로 증거 사진들을 찍어놓고, (독일에서는 항상 이렇게 무엇이든 증거를 확실히 남겨놓는 것이 중요해요) 아이들이 오기전에 유리 파편들을 청소해 놓았습니다. 그러고 나서는 경찰분들이 오셔서 사건 접수 마무리까지 했죠. 참 한글학교를 운영하다보니, 별일을 다 겪게 되네요.

 

한글학교 깨진 유리창 청소 중인 Herr 초이

 

저희 부부가 생각하는 한글학교란,

 

"독일에서 태어났거나 독일에 어린 나이에 부모님을 따라 이민와서 한글을 제대로 배울수 없는 아이들에게, 한글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재미를 붙여주어 성인이 되기까지 한글을 꾸준히 배우게 해주는 불씨와 같은 역할을 한다고 봐요."

 

이 뿐 아니라, 독일에서 "한국인이라는 외국인 아이" 로 살면 학교에서도 독일 아이들과 가끔 공감대가 형성이 되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한국인 아이들끼리 그런 고충을 서로 보듬어주고 도와주는 역할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바로 이 점에서 한글학교가 큰 몫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사실 많은 한독 가정에서 아이가 한글을 제대로 하지 못해 성인이 되서 부모와의 공감대가 형성이 되지 못하는 것을 보았어요. 그만큼 한국인 부모와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한글을 가르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한글학교에 가끔 많은 기대감과 오해를 가지고 계신 분들이 많다는 것을

최근에 느꼈습니다.......

 

가끔은 한국 부모님들 중에, 한글학교에서 모든 한글을 제대로 알려줘서 집에서 따로 본인들이 공부를 시키지 않아도 될만큼 원하는 분들도 있더라구요. 

솔직히 우리 한글학교 선생님들은 전문 교육을 받은 분들이 아니라, 한글학교 부모님들 중에서 자원해서 봉사하는 식으로 일을 하기 때문에 그런분들의 요구사항이 부담이 되고, 봉사 동기를 저하시키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래도 전문 교육을 받지는 않았지만, 온라인 강의 등을 통해서 어떻게 하면 우리 아이들에게 이중언어를 제대로 알려줄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한답니다. 

 

이러한 고충을 알아주는 가족도 많지만, 가끔 당연시 여기는 한국 가정들이 있어 상처가 되기도 합니다. 

 

더 큰 상처는 사실 최근에 들은 소식이죠.!

 

한글학교를 다니다가 그만둔 학부모들 중 몇몇분들이 한글학교에 대해 안 좋은 소문을 내고 다닌다는 것이죠.  굉장히 화가 나기도 하고 기운이 빠지더라구요. 매주 주말을 반납해가면서 한글학교에 헌신을 다하고 있는 우리 부부 및 선생님들인데.. 

 

외국에 나가면 가장 조심해야할 사람들이 한국인이라던데! 정말 그말이 맞는것 같더라구요. 한동안은 마음이 많이 상해서 한글학교를 운영하는 것에 대한 회의감이 들었습니다. 

 

"우리 이제 한글학교 교장이든, 선생이든 그만할까....?"

 

와이프와 이런 저런 생각을 하던 중에, 그래도 우리 부부를 응원하고 존경해주는 한인 가정들이 떠올랐습니다. 그분들은 우리 부부의 한글학교에 대한 열정과 수고를 알아주시는 고마운 분들입니다. 

 

한글학교 수업후, 친한 가정들끼리 야외 바베큐

 

물론 우리의 열정을 알아달라고, 우리 부부를 존경해달라고 운영하는 한글학교는 아니지만, 그런 분들이 계시면 그것만으로도 한글학교를 운영하는 동기부여에 꽤  도움이 됩니다. 

 

그래서 그런 가정들이랑 더 가깝게 지내게 되고, 많은 개인적인 만남을 하게 됩니다. 외국 나가면 마음에 맞는 한인 가정들을 찾기 힘든데 이렇게 좋은 마음씨와 선한 영향력을 가진 가정들이 주위에 있다는 것에 감사합니다.

그런 가정들과 한글학교 수업이 끝나면, 날씨가 좋을때 급번개로 야외 바베큐를 하기도 하고 여름에는 독일 길거리에 널려있는 복분자를 따러 가기도 합니다. 우리 딸이 복분자 귀신이거든요 ^^;;;;

 

8월에 길가에서 따온 복분자 한바구니

 

겨울에는 썰매를 타러 가기도 합니다. 한국처럼 스키장 및 눈썰매장을 가는 것은 아니지만, 집에서 60킬로 정도만 가면 주차요금 5000원만 내고 무제한으로 탈수 있는 자연 썰매장이 많아요. 독일은 이렇게 자연친화적으로 놀수 있는 장소가 많다는 것은 참 큰 장점인것 같아요. 

썰매를 2시간 타고나면 체력이 방전되어, 에너지가 필요한데 이때 큰 힘을 주는 것은 역시 컵라면이죠! 야외에서 눈을 맞아가며 눈밭에 앉아 먹는 한국 컵라면 맛은 세계 3대 라면 맛 중 하나일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독일 겨울에 눈썰매 탄 후 먹는 컵라면

 

이렇게 독일에서 한글학교를 운영하다보면 겪게 되는 여러가지 고충들도 참 많지만, 서로 배려해주는 좋은 가정들도 많기에 그런 분들에게 좋은 에너지를 많이 받게 되는 것 같아요.

 

"선한 영향력을 가진 사람들은 그 숫자가 적더라도 더 큰 힘을 낸다는 것!"

 

우리 부부는 오늘도 힘내서 ! 독일에서 더 소중한 한글학교를 만들어 보렵니다!

 

그럼  다음 포스팅도 기다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