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Daily Life

독일 살면서, 로마 시대 찜질방 유적지를 보다니

Herr Choi 2021. 8. 18. 01:21

독일 살면서, 로마 시대 찜질방 유적지를 보다니

 

Hallo Guten Tag

 

안녕하세요 독일 이민 6년차 Herr 초이입니다.

 

오늘은 오래만에 독일 여행지 이야기를 해볼까요? 사실 독일 산지 6년차가 되었지만, 독일 여행을 그렇게 많이 하지는 않았습니다. 코로나 전만 해도, 독일 여행은 언제든 갈수 있는 곳이라 생각해서, 항상 인근 유럽 여행을 우선적으로 계획했었거든요. 어차피 독일에 평생 살 계획으로 왔기 때문에, 독일 여행을 그렇게 서둘러서 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최근에는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독일 사는 사람들에게도, 독일 여행지를 가는 것에 제한이 많습니다. 

 

특히 한국에 계신 분들은 아마 해외 여행에 대한 욕구가 엄청 나실텐데요.. 비지니스 목적이나 가족 친지 방문을 제외하고는 해외 입국이 불가능한 상태니, 해외 여행이 거의 1년 반동안 불가능한 상황이죠.. 

한국의 경우 한 해 해외 여행객들이 2019년까지만 해도 엄청나게 늘었고, 추석이나 명절에도 가족, 친지를 방문하지 않고 해외 여행 가는 것이 트렌드이기도 했었죠. 

방송에서도, 해외에서 촬영하는 컨셉의 프로그램도 많았고, 특히 해외에 가서 연예인들이 한식당을 열어 외국인에게 한식을 판매하는 프로그램이 한창 인기였었죠. 

하지만 이 모든것들이 코로나로 인해, 불가능해지면서 최근 TV에서는 이런 해외 촬영 프로그램들을 못보게 됬네요. 

 

그런 여러분들을 위해 이 독일 이민 6년차 Herr Choi가 아주 특별한 독일 여행지를 보여드리겠습니다! 독일 여행 하면 많은 분들이 뮌헨, 베를린, 뉘른베르크, 함부르크 같은 대도시 여행지를 떠올리실거에요. 

 

하지만 실제로 독일에 살면, 이런 여행지보다 더 아름답고, 역사가 깊은 여행지들이 많아요. 그래서 저는 아직, 뮌헨, 베를린, 뉘른베르크는 가보지도 않았답니다. 

 

오늘 제가 보여드릴 여행지는 바로 독일에서 로마 시대 유적지를 볼수 있는 곳입니다! 믿기지 않으시죠? 저도 이 곳에 가보기 전까지 별 기대가 없었는데, 갔다 오고 나서는 정말 로마 시대 숨결을 느낄수 있어 너무 좋았습니다.

 

바로 이 도시는, Trier (트리어)라는 도시입니다!

 

독일 트리어 Trier 도시, 로마 시대 유적을 볼수 있는 독일 여행지

 

독일 라인란트 팔츠 주의 트리어라는 도시는 한국인에게는 굉장히 낯선 도시겠지만, 유럽인들에게는 도시의 역사성으로 상당히 이름이 알려진 곳입니다. 그래서 독일인들에게도 독일 여행으로 인기가 많은 곳이죠.

 

2세기의 트리어 도시의 예상 모습

 

트리어 도시는 고대 로마제국 시절부터 형성된 독일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입니다. 한국의 경주와 버금갈 정도로 깊은 역사를 가진 도시로 중세 시대에 권력이 매우 강한 도시이기도 하였습니다. 286년 트리어가 바로 로마의 제 2의 수도였다는 것, 여러분들은 알고 계셨나요? 고대 로마 시대때의 이름은 아우구스타 트레베레룸으로 트레베리 지역의 아우구스투스의 도시라는 의미입니다

 

독일 트리어에서 딸과 찍은 사진

위와 같은 인생샷도 찍을수 있는 굉장히 멋진 도시랍니다.

 

4세기 경에는 인구가 7만 5천명으로, 알프스 이북 최대 도시였는데요, 지금 현재 인구 10만 정도라고해요.

4세기경에 인구7만이라니, 그 당시 이 도시의 권력을 짐작할수 있겠죠?

 

도시 곳곳에 로마 제국의 많은 유적들이 위치해있는데, 이는 BC 16년에 아우구스투스 로마 황제가 라인강 유역의 요충지로서 세웠기 때문입니다.

 

이 트리어 도시는 독일에서 고대 로마 문화, 역사 등을 접할수 있을 뿐 아니라, 모젤강에서 자란 포도로 만든 와인을 맛볼수도 있고, 위인의 생가도 방문할수 있습니다.  트리어는 솔직히 하루 날 잡아서 도시 모든것을 다 볼수 있을만큼 아담한 도시입니다.

 

하지만 트리어는 작지만, 작지 않은 도시입니다. 단지 눈에 보이는 면적만 작을뿐, 작은 면적 속에는 엄청나게 깊은 시간이 쌓여 있는 곳이랍니다.  

 

포르타 니그라 앞에서 찍은 사진

 

"검은 문, 포르타 니그라 (Porta Nigra)"

 

이 도시의 랜드마크인 포르타 니그라는 라틴어로 검은 문이라는 뜻입니다.

트리어 구시가지 초입에 위치해있고 고대 로마 시절에 세워진 것으로 음침한 기분이 들 정도로 벽이 검은색을 띄고 있습니다. 1986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유적지라고 하는데요, 참 트리어에는 이 조그만한 도시에 몇개의 세계문화 유산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세계문화 유산으로 지정된 포르타 니그라

 

서기 180년에서 200년 사이 도시를 방어하기 위한 수단으로 세워진 네개의 관문 중 하나입니다. 동쪽 Porta Alba (white gate),  남쪽 Porta Media (Middle gate), 서쪽 Porta Inclyta (Famous Gate) 가 있었는데, 지금은 북쪽을 지키던 이 Porta Nigra 만 남아있어요.

 

포르타 니그라에서 찍은 트리어 구시가지 모습

 

이렇게 독일에 살면서 우리 아이에게, 로마 시대의 산 유적지를 보여주고, 직접 건물을 손으로 만지게 하고 또 건물 속 안에 들어가 그 시대의 건물은 어땠는지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많은 역사 공부를 시킨것 같아 뿌듯합니다. 

이렇게 우리 아이는 로마 시대 건물 안의 벽화를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로마 유적지를 바라보고 있는 우리 아이

 

원래 이 건물이 지어질 당시, 회색 사암으로 건설이 되었는데, 중세에 이르자 색이 검게 되어 포르타 니그라 라는 이름을 얻었다고 합니다. 높이가 30m가 넘는 이 관문은 유료 관람으로 이 건물 꼭대기에 다다르면, 트리어 구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2천년 동안 이 자리에 서서 트리어의 흥망성쇠를, 드나들었던 사람들을 지켜보았던 셈이죠.

 

검은 문이라는 뜻의, 포르타 니그라

 

"성모 교회 Liebfrauenkirche와 트리어 대성당 Trier Dom"

 

이 성모교회와 트리어 대성당은 바로 옆에 서로 붙어 있는데, 트리어 대성당은 로마시대 콘스탄틴 대제 때 지어졌고, 성모 교회는 13세기에 지어졌습니다. 역사적으로 굉장히 오래된 기독교 건축물임을 보여주듯이 고풍스럽고 위엄있어 보입니다. 건축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터라, 두 건물 양식을 구분하지는 못하겠으나, 성모 교회는 날렵하고 지붕이 뾰족한 고딕 양식, 트리어 대성당은 묵직하고 겉면이 둔해 보이는 로마네스크 양식이라고 하네요.

 

독일의 3대 대성당이라고 하면 쾰른 대성당, 마인츠 대성당, 그리고 이 트리어 대성당이라고 할만큼 유명한데요, 1986년 유네스크 세계 문화 유산에 등재되었다고 해요. 이 트리어 도시는 도시 자체가 정말 유네스코 유산이네요.

 

성모 교회와 트리어 대성당

 

아래 사진처럼 성당 앞에는 미니어쳐 모형이 있는데요, 우리 딸도 신기한듯 유심히 만져보며 실제 건축물과 비교해보더라구요. ㅎㅎ

 

성모교회와 트리어 대성당 모형을 유심히 관찰하는 딸아이

 

"로마 시대 찜질방, 사우나 유적지 바바라 온천탕  (Barbarathermen)"

 

바로 오늘 포스팅의 하이라이트! 로마 시대 찜질방이었던 바바라 온천탕입니다. 한국이라고 하면 외국인들도 잘 알 정도로 사우나, 찜질방으로 굉장히 유명하잖아요. 찜질방에서, 사우나를 할수 있을 뿐 아니라, 수영도 즐기고, 맛있는 음식도 즐길수 있는 엔터테이먼트의 핫스팟이죠. 

 

그런데 이런 엔터테이먼트의 집합소인 찜질방이 로마 시대에도 있었다면 여러분들은 믿을수 있으실까요? 

바로 제가 보여드리죠. 

 

유네스코 유산으로 지정된 로마시대 온천탕 바바라 온천탕 유적지

 

아래는 이 바바라 온천탕 발굴 현장의 항공 사진인데요, 그 규모가 참 상당하죠? 

바바라 온천은 17세기에 이미 사람들에게 알려졌지만, 발굴조사는  1822년이 되서야 시작되었다고 해요. 사실 지금도 발굴이 계속 진행중이라, 바바라 온천탕 곳곳에 공사 작업을 하는 인부들을 볼수 있습니다.

 

자 그럼 본격적으로 로마시대 찜질방이었던, 바바라 온천탕을 구역별로 보여드릴게요!

 

바바라 온천탕의 항공 사진 모습

 

이 바바라 온천탕은 AD 2세기에 만들어진 목욕탕으로. 인근의 성녀 바르바라를 기리는 성당이 있어서 이름이 붙여졌다고 해요. 놀랍게도 로마의 목욕탕은 단순히 씻고 사우나를 즐기는 용도가 아니라 운동을 하고,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정치적이고 사교적인 공간이자 목욕을 하는 공간이었습니다. 사실 지금의 한국의 찜질방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죠. 몇 천년 전부터 로마인들은 찜질방을 사교의 장으로 이용하고 있었다니, 정말 로마인의 지혜로움에 감탄이 절로 납니다.

 

심지어 한국의 찜질방처럼, 냉탕과 온탕, 열탕으로 공간이 나누어져 있었다고 해요.

 

당시 로마제국에서 두 번째로 큰 온천탕으로, 온천의 크기가 바로 도시의 규모를 나타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당시 트리어의 위상을 알수 있습니다.

 

로마 시대 온천탕인, 바바라 온천탕 유적지 

 

당시 로마인들에게 Bath 온천 문화는 절대적인 존재였습니다.

신기한것은 이러한 고대 로마시대 온천탕 유적지가 정말 주거지역 한가운에 있다는 것인데요, 아래 사진처럼 유적지 앞에 동네 주민들이 사는 집이 있습니다.

 

바로 앞 집에 사는 사람은 리버뷰가 아닌, 이러한 "로마 유적 뷰"를 매일 보고 산다고 하니, 그 감회가 참 뜻깊을것 같습니다.

이러한 실제 로마 유적지를 역사책이나, 영화가 아닌, 눈으로 직접 보고 느끼고 자라는 우리 아이는 나중에 커서도 친구들에게 할 말이 참 많을겁니다.

 

로마 시대 유적지를 직접 눈으로 느끼고 있는 우리 딸

 

아래 사진에서 보실수 있는 곳이 바로, 이 온천탕 아궁이 시설의 입구입니다. 

 

바바라 온천탕의 아궁이 입구

 

그 몇 천년 전, 로마 시대 사람들은 현대 과학의 기술 없이도, 어떻게 이런 온천탕, 사우나를 만들었을까요? 바로 답은 아래 사진에 있습니다. 

이 바바라 온천탕의 핵심은 바로, 히포카우스툼 (Hypocaustum) 이라는 것입니다. 

이는 로마의 대표적인 난방시설인데요. 로마의 귀족 저택이나 온천과 같은 공중 목욕탕에서 많이 확인되는 시설입니다.

 

바바라 온천탕의 열을 발생시키는 원리

 

열을 발생시키는 원리가 참, 현대 과학을 연상시킬만큼 굉장히 과학적인데요, 우리 나라 온돌구조처럼 지하에 열을 전달하는 건축 구조가 있는데, 돌이 열을 전달하는 게 아니라, 덥혀진 공기가 열을 유지하도록 설계되어있습니다. 

 

바바라 온천탕 사진

 

위의 설명에 쓰인 사진과, 아래 제가 직접 찍은 사진을 같이 보시면 아시다시피, 기둥 위에 평평한 곳이 다시 바닥이었습니다.

 

바바라 온천탕의 핵심 난방 시설

 

이 바바라 온천탕이 당시 얼마나 컸었나면...모든 수영장 및 사우나에 물을 다 채우기 위해 매일 1250 m3 의 물이 필요했고, 사용된 물은 모젤강으로 바로 흘러가도록 배수시설이 되어있을만큼 굉장히 치밀하고 과학적인 설계였죠. 그 로마 시대에 이런 과학적인 사우나를 지었다니, 정말 그 지혜로움에 놀랍지 않을수 없네요. 지금 보면 현대 과학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로마인들은 머리가 엄청 좋았던 것 같아요.

 

바바라 욕장의 예상 복원 모습

 

아래 사진은 바바라 온천탕의 예상내부 복원 모습입니다. ㅎㅎ 이 바바라 욕장은 아래에서 보시다시피 거대한 4개의 기둥이 아치를 받치고, 벽은 화려한 대리석으로 지어졌습니다. 이곳이 로마인들의 사교의 장이었던 것이죠.

 

바바라 온천탕의 내부 복원 모습

 

여기서 의문점이 있어요. 이 바바라 욕장은 온천수가 나오지 않기 때문에 온수를 어떻게 공급했을까 라는 궁금점이 생기는데요, 바로 아래 그림을 보시면 굉장히 쉽게 이해가 됩니다.

 

이 바바라 욕장에는 12m 높이의 저수지탑이 있고 그 아래에서 열을 가했는데요, 이 아래에 있던 물들이 뜨겁게 데워져 온탕인 칼라디움으로 공급이 되었던 것이죠. 

 

바바라 온천탕의 온수 공급 원리

 

바로 아래가 온탕, 칼라디움입니다.

 

바바라 온천탕의 온탕, 칼라디움

 

이 쯤되면 이런 거대한 욕장을 어떻게 지었을까 라는 존경심이 드는데요, 이 또한 설명이 되어있습니다. 

 

바바라 온천탕 건축 원리

 

이 그림은 연구조사를 바탕으로 그린 바바라 욕장의 상상도인데요, 큰 돌을 코너에 놓은 다음에 작은 돌들을 차근차근 채우며 건설하였습니다. 그리고 오푸스 케멘티시움이라는 로마시대의 콘크리트를 발랐다고 하네요.

 

바바라 온천탕 예상 복원 모습

 

이 바바라 온천탕을 2시간 동안 돌아다니며 구경하면서, 이렇게 로마 시대 유적의 현장에 우리 가족이 와있는 것이 너무나도 기쁘고, 뜻깊은 시간임을 느꼈습니다. 사실 독일 여행 뿐 아니라, 여러 유럽 여행을 하면서 유적지를 많이 가보았지만, 이렇게 당시 로마인들의 숨결이 느껴지고, 내가 그 시대의 일부 현장에 와있다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벅차오르더라구요.

 

바바라 온천탕 유적지

 

여기서 하나 재밌었던 것 하나!  한국인들도 목욕탕 가면 때밀이 수건을 쓰잖아요. 당시 로마인의 사우나에도 있었다는 겁니다. 바로 아래 사진에서 보이는 도구가 로마인들이 때를 밀거나, 각질을 제거할 때 사용했던 도구랍니다. ㅎㅎ

 

정말 현대와 비슷한 로마인들의 사우나 문화에 놀라울 따름이죠.

 

로마인들이 사용했던 때밀이용 갈귀

 

이렇게 로마인들의 찜질방! 이었던 바바라 온천탕에 대해 자세히 보여드렸습니다 ㅎㅎ 정말 사진으로 보기만해도 대단하죠? 

 

아마 코로나가 풀려 해외 여행이 재개된다면, 이 포스팅을 보시고 많은 분들이 독일 트리어 여행을 계획하실 것 같네요. 

 

독일 트리어 모젤강의 모젤 다리위 십자상

 

혹시 독일 여행 중 트리어를 계획하시고 계신다면, 저녁에는 노을 지는 모젤 강변 구경은 꼭 놓치지마세요!

반드시 저녁에 모젤 강 야경을 즐기시길 바래요! 이 모젤강에는 고대 로마 시절에 건설된 Römerbrücke, 붉은색의 모젤 다리를 볼수 있어요. 이 다리의 중간에는 십자가상이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독일에서 가장 오래된 다리라고 해요.

 

독일 트리어, 모젤강변의 노을 지는 야경

 

이렇게 오늘 포스팅에서는 독일에서 발견한 로마 유적지에 대해 써보았어요. 많은 분들에게 좋은 정보가 되었길 바래요. 그럼 다음 포스팅도 기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