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Daily Life

독일 코로나 생활, 벌써 20개월 째 재택 근무

Herr Choi 2021. 9. 29. 00:37

독일 코로나 생활, 벌써 20개월 째 재택 근무

 

Hallo Guten Tag

 

안녕하세요 독일 이민 6년차 Herr 초이입니다.

 

코로나로 다들 우울한 시간을 보낸지 거의 2년이 다되어갑니다. 현재 변이 바이러스로 인해 일일 확진자가 대폭 늘어나는 시기인데요.. 그동안 방역을 잘 해왔던 한국도 일일 확진자수가 3천명에 임박하는 날도 많아지고 있네요.

 

사실 한국은 3천명이라고 하면, 코로나 최고 위기 단계라고 하지만, 유럽에서는 3천명이라고 하면 코로나가 거의 끝난 것처럼 받아들입니다. 2020년 겨울, 독일에서 코로나가 굉장히 심각했을 무렵, 일일 확진자가 3만명씩 나왔었거든요. 그 이후로 독일에서는 상당히 높은 단계의 락다운이 거의 4개월간 지속되었고, 6월에는 일일 확진자가 하루 2천명으로 줄어들어, 독일 사람들은 코로나가 다 끝난것 처럼 생각하고 있었어요.

 

특히 독일에서는 백신 접종이 활발히 진행되고있어서, 2차 접종까지 완료한 사람들이 절반을 기록하고 있어요. 제 생각엔 이 백신 덕분이기도 한것 같아요. 

 

최근 코로나가 잠잠해지기까지, 독일은 코로나가 시작된 2020년 1월 이후부터 정말 많은 락다운이 있었습니다. 몇개월동안 많은 음식점, 상점들이 영업을 중단했었고, 미용실도 3개월 넘게 닫은 적이 많았어요. 그래서 특히 남자들은 몇개월을 머리를 자르지 못한채 지낼수 밖에 없었던 웃픈 상황들도 있었죠. 

저희 회사 동료들끼리는 서로 화상회의를 하면서, 서로의 긴 머리를 공유하는 에프소드도 있었답니다 ㅎㅎ

 

오늘 포스팅 할 내용은 바로 "독일 회사의 홈오피스, 재택근무"인데요.

 

사실 저는 독일 회사에서 재택근무 20개월차입니다. 즉 저는 회사를 안 간지 20개월이나 됬습니다.. 20개월간 집에서 일했다는 말이죠..

 

안 믿겨지시죠?

 

한국은 재택근무라는 시스템이 아직 낯설긴 합니다. 대부분 한국 기업이라면 근무라는 것은 정해진 사무실에 모여 사람들과 나란히 앉아서 일하는 것을 의미할것입니다. 사실 재택 근무를 한다고 하면 상사는 "집에서 정말 근무를 할거냐"는 의심부터 하죠. 

 

재택근무 초기, 어설픈 재택 근무 환경

 

이렇게 한국은 주로 그룹 단위로 업무를 주고 다같이 으샤으샤 하자는 의식이 깔려있기 때문에 누구 한명이라도 회사에 나오지 않는다면 달갑게 받아들이지 않아요.

 

코로나로 한국도 자가격리를 위해, 재택근무가 많이 활성화되어있긴 하지만, 재택 근무라는 시스템 자체가 아직까지는 한국 회사 문화 기준으로는 생소합니다.

 

제 예전 독일 회사 문화 관련 포스팅을 보신 분들은 아실거에요, 독일 회사가 재택근무, 홈오피스에 대해 얼마나 너그럽고, 일반적인 문화로 정착되었는지에 대해서 말이죠.

 

(재택 근무 문화는 독일 회사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을수 있습니다)

 

독일의 대부분의 회사와 마찬가지로 제가 다니는 독일 회사에서는 개인 업무 위주로 프로젝트가 진행되요. 그래서 사실 사무실에 있더라도 미팅을 제외하고는 혼자 일하는 시간이 많죠. 그만큼 다같이 회사 사무실에 온다고 하더라도 크게 상호 작용을 하며 일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결국은 이런 근무 문화 때문에 독일 회사는 재택 근무가 참 자유롭습니다.

 

노트북과 인터넷만 있다면 근무지에 크게 상관없이 개인 업무를 할수 있죠. 설령 회의가 있더라도 메신저를 통해 접속하여 teleconference 로 참석할수 있기 때문에 홈오피스를 할수 있습니다.

 

그래도 재택 근무를 상사에게 미리 알려야 하는데 일부로 변명을 만들지 않아도 웬만하면 상사가 허락을 해줍니다.

 

"내일 만나서 해야할 중요한 회의가 없어서 사무실 안나와도 되서 집에서 혼자 일할게요"

"택배가 오기로 해서 집에 있어야하기 때문에 재택 근무할게요"

"와이프가 아파서 애기를 같이 봐야하기 때문에 재택 근무할게요"

 

참 한국 직장인으로서 말하기 힘든 재택 근무 사유죠?

 

출퇴근 시간이 줄어들면서 아이와 보내는 시간이 많아진 재택근무 시스템

 

여기 독일에서는 참 자유롭답니다. 너무나도 자유로워서 저는 지금까지 20개월을 집에서 일하고 있답니다. 

최근 독일의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57%가 워라벨, 출퇴근 시간의 절감 등의 이유로 코로나 19 종식 이후에도 재택근무를 선호하는 것으로 답했다고 해요. 

 

그래서 최근 많은 기업들은 코로나가 종식된 이후에도, 재택근무와 사무실 출근이 혼합된 부분 재택 근무를 도입할 예정이라고 해요, 즉 하이브리드 근무 시대의 도래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저뿐만 아니라, 저희 부서 300명이 넘는 인원들이 모두 재택근무를 하는데, 회사가 정말 잘 돌아가는 게 신기할 정도입니다. 

 

재택근무를 하면, 전 개인적으로 좋은 점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제 일반적인 독일 회사에서의 재택근무 패턴은 이렇습니다. 

 

우선 침대에서 일어나 회사 노트북을 켜면 이게 바로 출근! 굉장히 빠르고 간단한 출근이죠? ㅎㅎ 이렇게 오전 7시에 노트북을 켜고 업체와 회의를 하는 동안, 와이프는 아이를 깨워 학교에 보낼 준비를 합니다. 와이프는 아직 독일에서 일을 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족의 독일에서의 아침은 그렇게 분주하지 않습니다. 

화상 회의가 아니기 때문에 아침에 머리 치장을 하거나, 옷을 제대로 갖춰입지는 않습니다. (가끔은 잠옷을 입고 근무를 하기도 합니다 ㅎㅎ)

 

이후 점심을 먹고, 종종 거실에 나가 와이프가 준비해준 커피를 들고 서재로 다시 들어와 일을 해요.  바쁠때는 저녁 7시까지 회의를 하기도 하지만, 일이 많이 없으면 오후 5시 전에는 노트북을 끄려고 노력합니다. 

 

출퇴근 시간을 줄일수 있어, 하루에 1시간이라는 시간이 더 생겨 25시간을 사는 느낌이 들거든요.  독일은 대부분 자차로 출 퇴근을 하는데요,  회사에서 저희 집까지 교통 체증이 없어, 걸리는 시간이 얼마 안되지만, 그래도 왕복 40분 정도를 아낄수 있어요. 게다가 출근하기전 씻고, 준비하는 시간을 줄이면 하루에 1시간이 더 생기는 느낌입니다.

 

재택근무 중 점심시간에 집앞 경치를 즐기는 여유.

 

택배를 받는데 있어 정말 편한데요, 독일에서는 택배를 받을때, 집에 아무도 없으면 옆집에 맡기는 편이에요. 그런데 옆집도 비어있다면, 집에서 멀리 떨어진 집에 사는 사람에게 제 택배를 맡기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특히 이케아에서 가구를 배달한 경우, 항상 배송 예정 시간과 한참 동떨어진 시간에 배달이 오는데요.집에 아무도 없으면 다음 배송 예정일이 또 언제 정해질지 몰라요.

 

 (아마 독일 사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실겁니다) 

 

그래서 독일에서는 택배를 주문한 경우 배송 예정일에 집에 누군가가 있는 것이 중요한데요. 재택근무를 하면 택배 받는데 있어 걱정할 필요가 없어 너무 좋아요. 

 

재택근무를 하면, 가끔 밥 먹고 낮잠을 잘수도 있다는 것도 하나의 매력 포인트입니다. 독일은 회사마다 정해진 점심시간이 다르고, 이는 근무 시간에서 계산이 되지 않아요. 저희 회사는 점심 시간이 45분인데, 회사식당에서 밥을 동료들과 먹으면, 밥 먹으면서 이야기도 하고, 밥 먹고 커피도 한잔 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라 45분이 모자르긴 해요.

 

하지만 집에서 재택근무를 하면, 제가 일하는 사이, 와이프가 밥을 차려놓기 때문에 서재에서 일을 하다가 방문을 열고 거실로 가면 바로 밥을 먹을수 있는 시스템이죠 ㅎㅎㅎ

 

(와이프는 제가 20개월동안 재택근무하는 동안 제 점심을 차려주느라 엄청 고생을 했죠..)

 

그래서 20분 정도면 충분히 밥을 먹고도 남을 시간이라서 나머지 시간은 집안 청소를 하기도 하지만, 최근에는 낮잠을 잠시 자는데 사용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낮잠을 20분만 자더라도, 피로가 굉장히 많이 풀리고, 뇌가 맑아지는 느낌이 들어 오후 근무를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할수 있어 좋더라구요.  

 

제 동료들의 경우, 온라인 커피 미팅을 잡아서 커피를 마시며 일상적인 이야기를 공유하는데요, 사무실에 출근했으면 당연히 할수 있는 것들이 재택근무로 어려워지게 되면서, 이렇게 점심 후 커피 온라인 미팅을 정기적으로 잡아 일적인 대화보다는, 사적인 개인 생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더라구요... 사실 저는 이 시간에 자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해서, 낮잠을 잡니다 ㅎㅎ

 

재택근무 중 다녀온 아이 독일 유치원 졸업식

 

아이 유치원 행사에도 자유롭게 참석할수 있는 장점이 있는데요, 독일은 회사에 출근해서 일을 하더라도, 유치원 행사가 있으면 아빠들도 일찍 퇴근해서 참석하는 것이 일반적이긴 합니다. 그런데 재택 근무를 하면, 집에서 일을 하거나 회의를 하다가도, 5분 정도 걸어 유치원에 가서 행사에 참석하고, 다시 집에 돌아와 일을 할수 있는 유연함이 있어 좋은 것 같아요. 

 

최근에도 우리 아이 유치원 졸업식이 있어, 행사 10분전까지만 해도 집에서 일을 하다가, 5분 걸어 유치원에 도착해서 1시간 정도 유치원 행사에 참석하고, 다시 돌아와 업무에 복귀하니 일에 크게 지장을 주지 않으면서 개인 생활을 접목시킬수 있었어요. 

 

이렇게 재택근무를 하면 장점들이 많아, 저는 개인적으로 재택근무에 만족을 하고 있고,(와이프는 제 점심을 챙겨줘야해서 힘들긴 하겠지만...) 다시 회사에 출근하라고 하면 좀 아쉬운 마음이 들것 같아요. 현재 독일에서는 코로나 사태가 많이 잠잠해진 상태고, 백신 접종률이 높기 때문에 대부분의 회사에서는 회사 사무실에 출근해서 일하라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진 재택근무 시스템

 

이렇게 오래동안 재택근무를 하다보니, 부작용도 있긴 합니다.

우선 모든 회의를 스카이프 미팅으로 하다보니, 직접 얼굴을 보지 않고 하루 8시간을 미팅하는 것이 쉽지 않더라구요. 

회의라는 것은 사람들간의 소통, 즉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바탕이 되어야하고, 이를 위해서는 말을 잘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대방의 억양, 말투, 기분 상황, 얼굴 표정 등의 파악이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온라인 회의를 하다보면 이런 것들이 파악이 되지 않아서, 동료들 간에 많은 미스커뮤니케이션이 생기고, 때로는 감정 싸움이 생기기도 합니다. 그래서 실제로 회의실에 모여서 회의를 하는 것보다는, 미팅 시간이 더 많이 소요되고, 효율적인 측면에서도 떨어지긴 합니다. 

 

이렇게 온라인 회의가 재택 근무의 대부분이다보니, 인터넷이 굉장히 소중한데요. 독일은 한국처럼 인터넷 연결상태가 안정적이지 못해, 종종 연결이 안되는 경우가 많아요. 저같은 경우 Telekom이라는 독일 인터넷 업체의 가장 빠른 스피드를 선택해 한달에 약 69유로, 약 8만 5천원을 내요. (독일은 이런 서비스 업체들이 한국보다 훨씬 비싸요..ㅠㅠ)

 

그런데도 한달에 약 한번 정도는 인터넷이 불안정해서, 일을 제대로 할수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저의 동료 이야기를 하자면, 약간 시골에 살아서 인터넷이 불안정해 회의를 하다가 튕겨나가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처음에는 이 동료가 갑자기 회의에서 튕겨나가서, 이 친구를 기다리다가 회의가 끝난 경우가 많았는데, 이런 경우가 허다하다보니, 이제는 우리들도 익숙해져서 이 친구 없이 회의를 하기도 합니다. ㅎㅎ

 

재택근무 장기화로, 서재에 근무 환경을 만들었다

 

제 동료들은 대부분 결혼을 해서, 아이들과 집에 있으면서 회의에 들어오는 경우가 대부분인데요, 가끔 어린 아이들이 동료들의 헤드셋을 뺏어서 도망가, 동료들이 아이들에게서 헤드셋을 뺏어 오느라 회의가 중간에 끊기는 경우도 있어요. 참 웃픈 에피소드죠 ㅎㅎㅎ

 

지난 20개월간 저희 부서에는 새로운 직원들도 많이 들어왔고, 그 동료들과 같이 프로젝트를 하는데, 우리는 서로 얼굴을 모른채 일을 합니다 . 약간 황당하시죠? 사실 20개월동안 재택근무를 하면서 회사에 출근한 적이 없으니, 새로 입사한 동료들의 얼굴도 본 적이 없어요 ㅠㅠ 

 

그래서 10개월 넘게 같이 일을 했지만, 서로 만나 본적이 없는 동료들이 꽤 많아요. 일을 시작하는데 있어 제가 생각하는 중요한 것은 사람들간의 신뢰인데, 이렇게 서로 컴퓨터 모니터만 보고 일을 하니 삭막한 것은 어쩔수 없는 것 같아요..

 

이처럼 독일의 재택근무 문화에도 최근들어 주목받는 부작용이 많아요. 특히 재택근무가 퇴근 시간을 애매모호하게 만든다는 것인데요. 이렇게 노트북과 인터넷만 있어도 일을 할수 있는 환경이니, 집에서 업무를 마친 후에도 계속 일의 연장선 안에 머물게하는 부작용을 불러일으키기도 합니다. 사무실 출근했을 때는, 회사에 노트북을 놓고 퇴근하기 때문에 하루 근무의 끝맺음이 확실하지만, 집에서 재택근무를 하면 노트북 옆에 항상 붙어 있으니, 긴급한 요청을 받으면 맘편히 휴식을 취하지 못하고 다시 일을 해야하는 경우가 있긴해요..

 

이렇게 독일 사회에도, 재택근무의 유연함에 대해 많은 사회적 과제가 남아 있습니다. 

 

오늘은 저의 독일 회사 재택 근무 이야기를 소개해드렸어요, 다음 포스팅도 기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