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Daily Life

독일 초등학교에서 우리 아이가 겪은 황당한 사건

Herr Choi 2021. 10. 29. 01:26

독일 초등학교에서 우리 아이가 겪은 황당한 사건

 

Hallo Guten Tag

 

안녕하세요 독일 이민 6년차 Herr 초이입니다.

 

우리 아이가 독일 Grundschule (초등학교)에 입학한지 2달이 다 되어갑니다.  독일의 초등학교는 주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대부분 4년 과정입니다. 만 6살이 되면 이 Grundschule에 입학을 하는데, 학부모와의 상담에 따라, 아이가 1년 일찍, 혹은 1년 늦게 입학을 하기도 합니다. 

 

저희 아이는 보통 아이들과 같이, 만 6살에 입학을 했어요. 유치원을 졸업하고,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아이가 학업을 수행할수 있는지 간단한 검사를 받았는데요, 신체적인 능력도 체크하고, 기본적인 인지 능력 검사를 받았습니다.

첫 번째 건강 검사에서는 키, 몸무게, 시력, 청력 호흡기 검사를 하고, 손근육 검사, 제자리 뛰기 등의 근육 검사를 합니다. 기본적인 인지 능력 검사에서는 기본적인 독일어 말하기 실력, 생활 언어를 테스트를 했어요. 

(여기에서 부적합으로 나오면, 아이가 학교에 가서 배울 준비가 되지 않았으니, 유치원에 1년을 더 보내라고 하며, 학교에 입학을 할수는 없습니다.)

 

사실 독일의 초등학교는 아이들의 적응에 집중하여, 같은 유치원 반 친구들을 1학년 같은 반에 넣어주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독일 입학 신청서 중에, 유치원 같은 반 친구들의 이름을 적어서 내게 해요. ㅎㅎ

 

독일은 한국과는 달리, 9월초에 입학을 하고, 새로운 학기를 시작합니다. 독일 초등학교 입학식은 한국의 대학 입학식과 비교될 정도로, 가족과 친지들에게 굉장히 큰 행사이자, 축하해줄 날입니다. 그래서 코로나 전에는 항상 할아버지 할머니, 삼촌 등이 입학 전날에 와서 같이 파티를 하며 입학식에 같이 가는 것이 일반적이었어요. 

 

독일 초등학교 입학식에 가져가야할 Schultüte

 

특히 독일의 초등학교 입학식에서 빼놓을수 없는 것 중 하나가 바로 Schultüte(슐튀테), 즉 선물 다발을 만드는 것인데요. 이것을 만드는 데만, 1주일이 넘게 걸린것 같아요. 

Schultüte 에는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해서 쓸 학용품도 선물로 넣어주기도 하지만, 아이들에게 있어서 장난감, 젤리 등이 역시 최고죠 ㅎㅎ

저희는 공책, 장난감, 도시락통, 지갑, 시계 등을 몇달전부터 하나씩 사서 아이 몰래 채워 넣어주었습니다. 

 

Schultüte 에 넣어준 선물들

 

이번 입학식은 코로나로 인해, 부모님만 올수 있게 제한을 했고, 강당에서 가족 간 간격을 두고 앉을수 있게 진행을 했어요.  사실 독일에서는 가족에게 있어 큰 행사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코로나로 인해 입학식의 규모가 축소될수 밖에 없는게, 안타깝기도 했습니다.

 

독일 초등학교 입학식

 

1시간 정도 교장 선생님의 입학식 설명을 마친 다음에는 아이들은 선생님을 따라 교실로 가고 부모님들은 야외에서 커피를 마시며 아이들의 첫 수업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습니다. 

아래 사진에서 보시다시피, 독일 초등학생들은 정말 커다란 가방을 메고 다닙니다. 저것을 Schulranzen (슐란첸) 이라고 하는데요, 저 가방도, 기본 300유로.. 한화로 약 40만원이 넘습니다.

 

사실 독일의 학구열에 비해서, 이래저래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교육비가 만만치 않더라구요.

 

독일 초등학교 입학실 날, 첫 수업 하러 가는 아이들

 

참, 한국과는 달리 독일에서는 선행학습을 시키지 않습니다. 한국의 부모님들은 다 공감하시겠지만, 한국에서의 교육열은 유치원에서부터 시작이 되죠. 

 

한국의 유치원에서는, 수업 시간표가 체계적으로 짜여져 있어 영어, 산수, 미술, 태권도 등 많은것을 빠른시간내에 배우는데요, 심지어 영어 조기교육을 위해 한달에 100만원이 훨씬 넘는 영어 유치원에 아이를 보내는 경우도 주위에 많이 보았어요. 스케쥴만 보면, 고시생과 흡사할 정도로 7살 아이의 하루는 굉장히 바쁩니다.

 

독일에서는 보통 입학 전 선행 학습을 시키지 않습니다. 즉, 독일의 많은 아이들이 알파벳조차 제대로 배우지 않고 학교에 입학을 하게 되는것이에요. 독일 유치원에서는 학교갈 나이가 되면, 수업을 가르치기보다는, 장거리 걷는 연습, 초등학교 견학하여 수업을 참관해보기, 연필 잡는 연습 등을 시킵니다.

 

독일 학교에서 배우는, 연필 잡는 연습, 손가락 힘 키우기

 

올해 초, 입학 전 학부모들을 상대로 한 입학 설명회에서, 학교 측에서는 절대 선행 학습을 시키지 말라고 강조까지 했습니다. 

 

아래는 그 입학 설명회 자료 중 하나인데, "Sie müssen nicht Lesen, Schreiben und Rechnen mit Ihrem Kind üben", 즉 당신의 자녀들에게 읽기, 쓰기, 계산하는 것을 가르쳐줄 필요가 없다. 라고 당부했습니다. 사실 유치원에서도 느꼈지만, 독일의 저학년의 아이들에게는 정말 많은 것을 가르쳐주기 보다는, 사회적인 규율, 집단 생활 규율 등을 가르치는데 더 집중하는 것 같아요.

 

독일 초등학교 입학설명회 때 강조한 선행학습 금지

 

독일 초등학교에서 이렇게 하는 이유는, 아이들이 미리 선행학습을 하게 되면, 학교의 수업에 흥미를 잃어, 학교의 역할을 못하게 되며, 반 친구들에게도 영향을 미쳐 전반적인 학습 분위기를 저해한다는 것입니다. 저희 가족은 학교측의 이러한 입장도 이해가 되고, 이러한 독일의 천천히 가자는 교육 시스템이 좋아서 독일에 왔습니다.

 

독일에 온 주위 한국 사람들 중에는, 주재원 신분으로 와서, 3년 정도 독일에서 파견 근무를 하는 분들도 많고, 혹은 자녀가 이미 한국에서 초등학교에 다니던 중 독일로 이민을 온 분도 계십니다. 이렇게 아이가 한국에서 어느정도 학교에 다니다 온 경우에는, 아이가 독일어를 전혀 할줄 몰라 수업에 많은 어려움을 겪지만, 딱 하나 특출나게 잘하는 과목이 하나 있습니다. 

(독일 초등학교에서는 외국에서 온 아이들을 위한 독일어 수업을 무료로 따로 제공해줍니다. 독일어 수업시간에 이런 외국인 아이들만 따로 모아서 독일어 수업을 진행하죠)

 

바로 수학이죠! 

 

한국에서는 이미 유치원에 구구단을 꿰고 오는 아이들도 있을 정도로, 초등학교 1학년때부터 아이들의 수학 능력은 상당한데요. 그래서 한국 아이들이 독일 초등학교에서 수학을 항상 만점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심지어 독일 전체 수학 경시 대회에서 입상하는 경우도 많이 보았습니다.ㅎㅎ

 

독일 1학년 수업 과정은 주로, 독일어, 수학, 스포츠, 종교 정도 배우는데요, 대부분 아침 8시에 시작을 해서 11시 반에 끝납니다. 아침에 가자마자, 간단한 수업을 하고, 선생님과 아이들과 함께 9시반부터 10시까지 간단히 아침을 먹습니다. 아침은 주로 등교 전 집에서 준비를 해갑니다.

 

독일 등교 후 아침 조회 시간

 

여기서도 제약이 있습니다! 학교 선생님이 입학식때 당부한것은, 아침 식사로 초코, 사탕, 젤리가 들어간것은 절대 가져오지말라고 하며 음료도 탄산이 들어가지 않은 음료만 가능합니다.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우리 아이가 독일 초등학교에서 무슨 일을 겪었는지, 말해볼게요. (서론이 너무 길었죠.?)

 

입학을 하고 나서 아이가 학교에서 집에 돌아오면, 저와 와이프는 항상 물어보았습니다 .

 

"오늘 학교에서 무엇을 배웠어?"

 

그럼 우리 딸은, "오늘은 A 를 배웠어." 라고 대답을 해요. 그리고 나서 3일 뒤에 다시 물어보면 "오늘도 A 를 배웠어." 라고 합니다. 

독일에서는 기초의 중요성을 정말 너무나도 강조하는 나라라서, 이렇게 단순한 알파벳을 배우더라도 아이가 놀이 하듯이 배우고, 노래로 배우고, 알파벳으로 이루어진 그림을 연상하며 배우게 합니다. 

 

수학의 경우에도, 월요일에도 1을 배웠고, 금요일에도 여전히 1을 배웠다고 하더라구요. 입학한지 2달이 지난 지금도 아직 숫자 10까지 진도가 안나갔습니다. ㅎㅎ 이렇게 1학년의 경우 1학기 내내 1부터 10까지 더하기, 빼기를 배우며 아무리 더하더라도 10을 넘지 않게 배운다고 해요. 그리고 2학기가 되면 또 1달 동안 1학기 때 배운것을 복습한다고 합니다.

 

독일 초등학교 독일어 수업 숙제

 

입학을 한지 3주가 지난 시점에,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온 후 딸 아이가 이렇게 이야기를 하더라구요. 

 

"오늘은 처음 보는 선생님이 나만 다른 반으로 데리고 갔어"

 

처음에는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지 했습니다. 그래서 어떤 선생님이 데리고 갔어? 라고 물으니,

 

"으응 2학년 선생님이 나만 2학년 반으로 데리고 가서, 거기에 수업을 들었어"

 

라고 대답을 하더군요. 저와 와이프는 굉장히 당황을 했습니다.... 

 

사실 우리 아이는, 독일 유치원에서도 독일 아이들을 앉혀놓고, 책을 읽어주기도 할 정도로 독일인 아이들보다 독일어를 더 잘했습니다. (자랑은 아닙니다.....) 저와 와이프가 강제로 독일어 학습을 시킨것이 아니라, 딸아이가 본인이 재미있어서 독일어를 공부했었어요. 독일어 책 읽는 것도 좋아하고, 독일어로 된 만화도 많이 보면서 즐겁게 독일어를 공부한 케이스라...

가끔은 독일 유치원에 가서, 아이들에게 한국어도 알려줄 정도로, 독일어와 한국어를 모국어로 가지고 있는 아이입니다. 한국의 부모님들의 학구열에 비하면, 정말 거의 아무것도 학습을 시키지 않고, 입학을 한 케이스지만, 여기 독일에서는 이마저도 선행학습으로 취급이 되고 있는 것이었죠. 

 

독일 초등학교는 정말 수업도 느리게 나가지만, 숙제 또한 충격적이에요. 학교에 오자마자, 집에서 놀고 있는 것처럼 보이길래, 딸아이에게, 

 

"숙제 언제 할거야?"

라고 물어 보면, 

 

"엥?? 아빠 나 아까 오자마자 다 했는데?"

 

라고 대답하길래, 숙제를 확인해보니, 정말 다해놓았더라구요.. 숙제가 5분 분량밖에 안되었거든요....

 

독일 초등학교 하루 숙제량, 5분

 

숙제도 이렇게 5분이면 다 할만큼 조금 주고, 특히 금요일에는 숙제가 전혀 없습니다. 독일 저희 초등학교에서는, 금요일은 이제 주말이니, 주말에는 가족들과 실컷 놓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라고, 숙제를 전혀 내주지 않습니다. 

 

이렇게 숙제도 적고, 수업 진도가 천천히 나가니, 선행학습을 거의 하지 않고 입학한 우리 아이에게 2학년 수업을 듣게 할 정도죠..  주위 한국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많은 한인 가정들이 이런 경험을 했더라구요. 

 

이런 경우, 가끔은 학교에서 1학년을 건너뛰고, 2학년으로 월반을 권하기도 한다고해요.  사실 학구열이 불타는 학부모의 경우, 이런 월반에 찬성하겠지만, 독일에서는 유치원때부터 같은 반이었던 친구들이 초등학교 4학년까지 같은반으로 진학하게 되어, 혼자 월반을 하게 되면 기존의 친구들과 헤어지고 또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어야하기 때문에 사회성과 적응 측면에서 좋지 않은것 같아요. 

 

독일 초등학교 수업이 끝나길 기다리는 학부모들

 

이렇게 황당한 일을 겪고나니, 독일 학교에서는 아이의 학습 속도를 조절하는 것도 부모의 역할로서 참 중요하겠구나 생각이 들더라구요. 너무 잘하는 것도 부모로서 뿌듯한 일이기도 하지만, 아이가 학교 친구들과 같은 속도로 맞추어 나가는 것이 더 중요한것 같아요. 그래야 친구들과의 유대감도 더 생겨서, 아이들과의 관계도 더 좋을테니까요.

 

이렇게 오늘은 독일 초등학교 입학 후 3주만에 겪은, 황당한 일에 대해 포스팅 해 보았어요!

 

그럼 다음 포스팅도 기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