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Daily Life

독일에서 살면서 회,곱창을 먹고 산다는 것

Herr Choi 2021. 5. 13. 01:02

독일에서 살면서 회, 곱창을 먹고 산다는 것

 

Hallo Guten Tag

 

안녕하세요 독일 이민 6년차 Herr 초이입니다.

 

독일에도 화창한 날씨가 시작되었습니다. 5월 초까지만 해도, 이게 초여름인가 할정도로 날씨가 굉장히 춥고 엄청난 강풍이 불어 밖에 나가기가 무서울정도였거든요. 

 

그래서 지난 주까지만 해도, 겨울이 아직 끝나지 않는구나 했는데.. 5월 중순이 다되어가니 본연의 날씨로 찾아오는군요.

독일에 살면 사실 날씨에 민감할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체감상 겨울이 11월부터 4월말까지로 느껴지고, 여름이더라도 날씨가 항상 따뜻하고 맑지는 않아서 쨍쨍한 햇볕을 느끼는 날이 1년에 몇일 안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독일 처음에 왔을때, 독일인들이 날씨에 예민하고 기분이 날씨에 따라 달라지는 것을 보면서 이해를 못했었는데요, 점점 좋은 날씨인 날에는 기분이 좋아지는 저를 보면서 ... 저도 독일인이 되고 있다는 것을 점차 느낍니다.

 

독일에 찾아온 따뜻한 봄날씨

독일에서 살면서 저는 아직 한식을 주로 먹고있습니다. 다들 독일에 산다고 하면, 소시지, 빵, 파스타 그리고 피자를 먹으면서 살지 않냐고 물어보는데.. 저는 글쎄요.. 빵 종류를 원래 좋아하지 않아서 잘 안먹게 되더라구요. 가끔 주말 아침에 간단하게 빵을 먹는 경우가 전부이고, 굳이 빵을 찾아 먹지는 않아요.

 

특히 코로나로 독일 회사는 재택근무를 1년 넘게 하고 있는터라, 그나마 독일 회사 식당에서 먹었던 독일 음식들도 못먹고 있어서 90퍼센트는 독일에서 한식을 먹고 있습니다. 

 

독일 이민 초창기에는 독일의 싼 고기 가격에 빠져, 주체하지 못하고 고기를 진짜 많이 먹었어요. 제가 생각했을때, 독일 고기 가격은 한국보다 훨씬 싼것 같습니다. 삼겹살은 한국보다 20퍼센트 저렴한것 같고, 소고기는 한국의 절반 가격인것 같아요. 

(물론 한국의 한우와 비교하면 맛은 훨씬 떨어지긴하죠.. 그래도 독일 살다보면, 한국의 한우 맛을 잊어 독일의 소고기 맛에 빠지며 살곤 합니다)

 

독일에 살다보면 많은 한국인들이 공감하시겠지만, 외식을 거의 안하게 되요. 그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1. 우선 레스토랑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점!

독일에서는 인건비가 들어가기 시작하면 모든 가격이 엄청 비싸집니다. 레스토랑이 그 한 예이기도 하죠. 음식 자체가 비싸기도 하지만, 물도 돈 내고 사먹어야해요. 마트에서 400원 하는 맥주도 레스토랑에서 사먹으면 4천원 이상 합니다. 

그리고 독일 레스토랑에서는 의무는 아니긴하지만, 대부분 팁을 내는 문화가 있기 때문에 3인 가족이 외식을 하려면 간단히만 먹어도 기본 60유로, 8만원 정도는 지출해야합니다.

 

독일의 레스토랑의 흔한 야외 테이블

2. 가족적인 분위기, 밖에서 모이기보다는 집에서 모인다는 점!

독일은 모두 아시다시피 가족을 항상 우선시하는 나라잖아요. 그래서 밖에서 사람들이 모이기보다는 집에 초대해 식사를 하는 문화가 일반적이에요. 

저는 한국에서 살 적에, 잦은 회식 뿐 아니라, 주말에 다른 가족들과 식당에서 만나 술 한잔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는데요. 여기 독일에서는 다른 가족들과 식당에서 만나 적이 거의 손에 꼽히는 것 같습니다. 

 

3. 독일음식은 거기서 거기......

독일 사는 많은 한국인들이 공감하시겠지만, 독일 음식이라고 자랑할만한 특별한 음식이 거의 없어요. 독일 여행 오면 한국인들이 슈바인학센 (한국의 족발과 비슷한 음식) , 슈니첼 (한국의 돈까스와 비슷한 음식) 맛집을 찾아 다니지만, 실제로 독일에 살면 독일 음식점 가서 이런 음식을 잘 먹지는 않아요. 

비싼 가격도 이유 중 하나지만, 즐겨 먹을 만큼 그렇게 맛있지는 않은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한국의 족발, 돈까스가 훨씬 나은것 같습니다.

 

독일 이민 초기, 레스토랑에서의 식사

이러한 이유로 저희 가족은 밖에서 외식을 잘 하지 않고 (물론 코로나로 현재 외식이 어렵지만, 코로나 이전에도 잘 안했어요) 집에 다른 가족, 독일 회사 동료들을 초대해서 식사를 하곤 합니다.

 

사실 저는 한국 음식 대부분을 좋아하지만, 그 중에서도 해물을 엄청 사랑합니다 ㅎㅎ

한국에서 술안주로 최애를 뽑으라면, 당연 회를 뽑을 만큼 회, 해물, 해물탕 이런 음식이면 환장합니다.

한국에서 회사 다닐때 회식을 하거나, 친구들과 만나면 대부분 횟집에 갈 정도로 엄청 좋아하고, 그래서 1년에 한번씩 한국을 방문할때 항상 회를 지겹게 먹고 오곤 하죠. 

 

아래는 작년 겨울에 한국에 방문했을 때 먹은 회 한상 사진입니다. 모든 회를 한상에 담을수는 없었지만, 8만원이라는 엄청 싼 가격에 아나고 한접시, 광어회 한접시, 산낙지 그리고 서비스로 나오는 여러 해산물들을 즐길수 있으니 말이죠.

 

작년 겨울 한국 방문 시 먹은 회, 해산물

또한 회와 1, 2위를 다투는 안주는 다름아닌 곱창입니다. 와이프와 저는 한국에 갈때마다 항상 곱창도 빠지지 않고 먹고 오는데요. 독일에서는 곱창이라는 것 자체를 먹지 않고 거의 버리는 부위이다 보니, 독일에서 거의 먹지 못하고있습니다. 어쩔때는 독일에서 곱창 장사를 해볼까 라는 생각을 들게 할 정도로 독일에서 곱창은 너무나도 그리운 음식입니다.


이런 저에게 독일은 너무나 가혹한 거주 환경이죠.... 독일은 유럽 나라중에서도 해산물을 손쉽게 즐길 수 없는 나라 중 하나입니다. 대부분 독일은 대륙으로 둘러쌓여있고, 해산물을 잘 즐겨 먹지 않는 나라라 한국의 수산물 시장 같은 곳을 찾기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한국처럼 일반마트나, 이마트, 홈플러스, 동네 시장에서 생선, 문어, 회를 접할수 있다고 생각하시면 안되구요. 마트내에서도 일반 수산물 코너를 거의 볼수 없습니다. 대부분의 마트에서는 해산물을 냉동 식품으로 접하곤 하죠. 

 

가끔 1년에 한 두번 정도 회사 비지니스 디너로 일식집을 갈 경우가 있긴합니다. 이 때 초밥과 회를 식당에서 사 먹는 유일한 날이죠. ㅎㅎ

 

독일 일식집의 초밥, 회 세트

위 사진은 제가 사는 동네의 일식집인데요, 가장 맛있는 곳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저 회 한접시의 가격이 50유로 정도, 6만원이 넘습니다. 한국에서 제가 먹었던 회의 양을 보시면 독일의 회 가격이 어떤지 느껴지시죠?ㅎㅎ

아래는 이사 오기 전 살던 도시의 한 일식당이었는데요, 회, 초밥, 깁밥 등이 올려진 저 한 배의 가격이 70유로, 한화로 약 9만원이었습니다. 사실 9만원이면 독일 마트에서 3인 가족이 충분히 먹고도 남을 1주일치 장보는 비용인지라... 기회 비용을 따지고 보았을때, 이런 일식집에서 자주 회를 먹는다는 것은 힘들죠.

 

배 한접시 9만원 하는 독일 일식집

웬만하면 독일의 일식집에서 내 돈 주고 배부르게 초밥, 회를 먹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ㅎㅎㅎ(최소한 저는 못하겠더라구요......)

 

그러던 와중에 저희가 사는 독일 동네의 한 마트에 수산물 코너가 있다는 소식을 1년 전에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와이프와 바로 달려갔죠.  바로 Metro라는 독일의 마트인데요, 한국의 코스트코와 비슷한 느낌이라고 보시면 되요. 고기, 해산물, 냉동식품을 대량으로 싸게 살수 있는 곳입니다.  독일의 일반적인 마트인 Lidl, Aldi, Rewe, EDEKA 등에 가도 수산물 코너를 볼수 없고 대부분 해산물을 냉동식품으로 접하곤 하죠. 

 

독일 Metro 마트의 해산물 코너

위 사진은 독일 Metro 마트의 수산물 코너입니다. 지금 이 글을 보시는 한국에 사시는 분들은 이런 사진을 왜 올리는지 이해 안 되실수도 있을거에요 ㅎㅎ

하지만 독일 마트에서는 이런 코너를 접하는 것이 흔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생물 코너를 가진 마트를 간다는 것은 기분 좋은일이 아닐수 없습니다. 

운이 좋은 날에는 아래와 같이 생물 코너에서 참치회를 구할수도 있어요! 사실 한국에서는 워낙 참치 무한 리필 식당이 많아서, 참치회를 마트에서 사먹는다는 생각조차 안했는데요, 독일에서는 이렇게 생물코너에서 참치회를 보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감격스럽습니다.

 

독일 마트의 생물코너에서 발견한 참치회

어렇게 독일 마트에서 횟감을 사오는 날은 굉장히 기분이 좋은 날이에요. 마음이 설렌다고 해야할까요? ㅎㅎ 횟감을 사와서 집에서 와이프가 직접 손질을 하는데요... 원래 와이프가 회 손질을 할수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다 독일에서 살다보니 뭐든 것을 직접 할수 있게... 아니 직접 해야만 하는 것 같아요. 아니면 인건비에 모든 돈을 지출해버릴것만 같은 나라입니다....

 

독일에서 회 손질을 직접하는 우리 가족

손님이 오는 날은 이렇게 럭셔리한(?) 회 한상을 준비합니다. 독일에서 워낙 귀한 회에 목마른 한국인 가정들은 이런 회 한 상에 엄청난 감격을 하곤하죠.. 한국이었으면 전화 한통화로 굉장히 싼 가격에 1시간이면 먹을수 있는 이 한 상이 독일에서는 왜 그렇게 어렵고 소중한 일인지 ..참 ㅎㅎㅎ

 

독일 손님 초대용 회 한상

또한 곱창도 최근 독일에서 귀하게 먹고 있는 음식 중 하나입니다. 독일에서 곱창은 정육점에서도 살수 없고, 프랑크푸르트와 같은 대도시의 한식당에 가야 볼수 있는 음식이기 때문에 제가 사는 소도시에서는 뭐 꿈만 같은 음식이죠.. 한국에서는 앱으로 배달하면 30분이면 오는 음식인데 말이죠....

 

그래서 작년에 한국 방문하였을때 곱창을 냉동으로 보관하여 독일에 돌아올때 몇 팩을 가지고 왔어요.  참 이게 뭐라고 말이죠 ㅎㅎㅎ

 

독일 집에서 구워먹는 곱창

특별한 날에, 휴대용 가스레인지 불판에 곱창과 대창을 구우면 한국에 있는 느낌도 나고, 먹고 싶은 음식을 마음껏 먹을수 있어 그나마 한국 생각이 덜 나서 좋더라구요... 사실 코로나로 독일에서 집에 있는 시간만 늘면서 정신적으로 힘든 시기인데 이렇게 먹고싶은 곱창이 곁에 있어 그나마 향수병도 덜 한것 같습니다.

 

한국에서는 단순한 음식으로서 곱창일수도 있지만, 독일에 사는 한국인에게는 음식을 넘어선, 마음을 달래주는... 혹은 향수병을 조금 없애주는 소중한 곱창이죠.ㅎㅎ

 

독일 집에서 구워먹는 대창

이렇게 독일의 한가한 주말 저녁에 곱창을 구워먹는 시간이 저희 가족에게 참 힐링이 되는 시간입니다. 아래 맥주는 독일 맥주 중 제가 자신있게 가성비 최고의 맥주로 추천할수 있는 맥주인데요, 독일 Lidl이라는 마트에서 파는 29센트짜리, 즉 400원짜리 맥주입니다. 

 

독일 맥주와 함께 하는 곱창, 대창

사실 최근 몇개월 전부터 저에게는 소소한 취미가 생겼습니다. 어찌보면 독일에서는 럭셔리한 취미일지도 모르죠... 매주 불금이 되면 회사로부터 벗어나고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문어 숙회에 와인을 한잔 하곤 합니다. 독일에서는 와인이 워낙 싸기 때문에 부담없이 마실수 있는 술 중의 하나입니다. 

기본적으로 독일 마트에서 3유로에서 5유로 정도면 가성비 좋은 와인을 마신다고 볼수 있어요. 

 

독일 불금마다 즐기는 문어숙회와 와인

이렇게 문어숙회와 와인을 마시며 넷플릭스 드라마를 독일어로 설정하여 독일어 공부하는 시간은 정말 저에게 있어 독일에서 황금같은 시간입니다. 최근 독일 회사에서 일이 많아서 스트레스가 꽤 있는 편인데, 이렇게 조용한 금욜 밤 시간에 독일어 자기 계발 겸, 넷플릭스 드라마를 문어숙회와 즐기는 시간은 최근 독일에서 굉장히 중요한 나만의 시간이죠 ㅎㅎ

 

독일에서 즐기는 문어숙회와 와인

이렇게 독일에 살면서 회와 곱창을 먹는 것은 한국인에게 있어 특별합니다. 가끔은 음식때문에 한국 생활이 참 그리울 때가 많고, 왜 내가 독일에서 이러고 있고...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려고 있는지 현타가 올 때가 있지만 .. 이렇게 회와 곱창이 그런 저의 마음을 달래주곤 합니다. 

 

그럼 다음 포스팅에서 또 다른 저의 독일 생활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