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Daily Life

독일 영주권, 왜 나는 그렇게 받기 어려웠을까?

Herr Choi 2021. 3. 4. 00:18

독일 영주권, 왜 나는 그렇게 받기 어려웠을까?

 

Hallo Guten Tag

 

안녕하세요 독일 이민, 독일 회사 6년차 Herr 초이입니다.

 

2021년 초, 드디어 독일 영주권을 받았습니다. 이제 독일에서 신분이 자유로워지는 순간이 된것이죠.

이 독일 영주권을 받는 순간, 정말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남들에게는 정말 아무것도 아닌 신분증 하나일수도 있겠지만, 저에게는 지난 독일 생활의 힘들었던 순간들을 싹 잊게 해주는 자유로움입니다.

 

2016년 7월 독일에 와이프와 1살된 딸을 데리고 아무런 지인 없이 맨땅에 헤딩하며 정착해온것을 생각하면 아직도 눈물이 핑 돕니다. 제가 독일 관련 블로그를 시작하게 된 계기도 이에 있습니다. 저와 같이 맨땅에 헤딩하며 독일 이민을 준비하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독일이 이렇구나 라는 느낌을 줄수 있게 하는 것이 목적이죠.

 

사실, 독일 영주권은 다른 나라보다 조금은 쉬운것 같아요. 특히 독일은 블루카드 비자 소지자 (특별 취업 비자)에게 굉장히 관대합니다. 독일어 B1 수준 어학 증명서를 제출하게 되면 21개월 후, 설령 어학 증명서가 없더라도 블루카드 취득 후 33개월 후면 독일 영주권을 발급해줍니다.

어찌 보면, 이러한 정책은 출산율이 줄어들어, 노동 가능한 인구가 줄어듬에 따른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도 있고, 외국으로부터 유능한 인재를 받아들여 독일 사회를 발전시키기 위함도 있습니다.

 

독일 우리 동네 풍경

독일 영주권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은 아래 링크에 간략히 설명해 놓았습니다.

hallohello.tistory.com/17

 

해외 영주권 독일의 경우는 어떨까요?

 해외 영주권   독일의 경우는 어떨까요? Hallo! Guten Tag ! 안녕하세요 Herr 초이입니다. 요즘 한국 생활에 지쳐 해외 이민에 관심 갖는 분들이 많아 영주권에 대해 알아보시는 분들이 많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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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적으로는 독일은 일하면서 세금과 연금을 꼬박꼬박 내면 영주권을 잘 주긴 합니다.

 

저도 블루카드 소지자로 2016년부터 일을 했어요. 제 블로그를 처음부터 접하신 분들은 아시겠지만,혹시 블루카드 발급에 관해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포스팅을 참고해주세요!

 

hallohello.tistory.com/46

 

독일 VIP급 취업 비자 블루 카드를 얻다!

독일 VIP급  취업 비자 블루 카드를 얻다! Hallo! Guten Tag ! 안녕하세요 Herr 초이입니다. 오늘은 Herr 초이가 드디어 독일에서 일할수 있는 취업 비자인 Blue Card (블루 카드)를 얻었습니다. 뭐 당연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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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저는왜 거의 5년이나  걸렸을까요? 남들은 33개월이면 받는 독일 영주권을 5년 정도 걸려 받은걸까요? 이 배경에는 참 웃픈 상황이 많았죠. 그래서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1. 이직과 이사로 인한 1년 지연?

 

블루카드 획득 후 독일 회사에서 33개월 일할때 즈음, 독일에서 다른 회사로 이직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렇게 빨리 이직을 할 생각은 없었지만, 독일 최고 자동차 회사에서 굉장히 좋은 포지션을 제안받아 승진과 연봉 인상을 받으며 이직을 하게되었습니다. 슈투트가르트에서 일을 하다가 500킬로미터 떨어진 다른 회사로 이직을 하게 되어, 이사도 불가피하게 되었습니다.

이사 가기전, 독일 관청에 가서 물어본 결과, 영주권을 이사 가기 전에 신청할수는 있지만, 8주 후 영주권을 찾으러 올 경우 반드시 신청 관청에 와서 수령해가야 하기 때문에 이사 한 곳에 가서 신청하는 것이 나을거라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사실 블루카드 비자 만기 날짜도 1년이 남아 있어서, 이사 후에 하기로 결정하였죠.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시작입니다..... 제 개인 정보가 기존에 살던 관청에서, 이사한 곳의 관청으로 넘어오는데 1년이 걸린것이죠.....

네 물론 독일은 느립니다. 한국처럼 빨리빨리 움직이는 나라가 아닙니다. 특히 독일 관청 공무원들은 기존 관료주의 사회에서부터 지금까지 굉장히 자존심이 셉니다. 가끔은 오만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어느 정도 걸릴 줄은 알았지만 1년이라뇨! 아니 예전 중세시대에 말을 타고 전보를 50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전해도, 한달은 충분했을 겁니다.

 

지금 독일 전역뿐 아니라, 전 세계가 인터넷을 통해 연결되는 세상인데, 1년이나 걸리다뇨.. 정말 상상도 못했습니다.

 

2. 독일 관청 직원의 실수

 

제 개인 정보가 넘어오는데 1년이 지나서야 영주권 신청 자격이 주어졌습니다. 해당 관청에서 아래와 같이 영주권 신청 날짜를 통보해주었습니다. 독일은 이렇게 모든 관청 예약을 이메일이나, 웹사이트를 통해 하고 가야합니다. 한국처럼 그냥 관청에 가서 기다렸다가 해주는 시스템이 절대 아닙니다. 독일에서는 은행, 관청, 보험 등 어디를 가든지 무조건 예약을 잡고 가야지, 아니면 아무 서류 처리도 할수 없습니다.

 

당시 와이프와 딸 아이의 비자 연장도 해야하는 상황이라, 저희 3명 모두에게 동일한 시간으로 예약을 잡아주더라구요. 독일에서 영주권 신청할때 서류 정말 많습니다. 제가 여기에 모든 서류를 쓸수 없는 이유는, 도시마다 다르고, 해당 관청 직원의 재량에 따라 또 다르더라구요. 그래서 영주권 신청 할 때, 반드시 해당 관청의 담당 직원에게 물어보셔야합니다. 저같은 경우는 매달 내는 전기세, 관리비 서류까지 요구하기도 하였습니다. 사실 영주권과 이 관리비 서류가 도대체 무슨 관련이 있는지 아직 이해가 되지는 않아요. 솔직히 이해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여기 독일에서 모든 것을 이해하고 살려고 하다보면, 숨막혀 못 사니까요.

 

당시 코로나로 인해, 독일 외국인청은 방문예약 시간에 따라 건물 출입 인원을 통제하고 있었고, 마스크 착용의무가 있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건물 출입시 마스크 착용 의무 및 건물 출입 인원 통제 중인 독일 관청

암튼 모든 서류 검토가 문제없이 끝나고, 120유로 약 16만원 정도의 비용을 지불하고 나서야 신청이 끝났습니다. 독일 영주권을 신청하고 나면 아래와 같이 임시 확인증을 주는데 실제 영주권 카드가 나오기까지 약 2개월에서 3개월 정도가 걸리기 때문이죠.  아래의 "Unbefristet" 라는 단어를 보는 순간 정말 너무나도 속이 후련했습니다. 한국말로 "내 거주 자격에는 제한이 없다" 라는 뜻이죠....

 

영주권 신청 후 발급 받은 임시 증명서

 

하지만 여기서 또 다른 문제가 시작이 되었죠. 영주권을 발급받기로 한 날에 가니, 담당 공무원이 문제가 있다라고 하는것입니다. 제 영주권에 지금 유효한 여권 번호가 적혀있지 않고, 구 여권 번호가 적혀있다는 것입니다. 정말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줄 알았습니다. 공무원에게 나는 구 여권을 보여준적이 없다 라고 말했더니, 저에게 하는 말이

 

"아니요 당신은 나에게 분명 구 여권을 보여줬었습니다, 확신합니다."

 

정말 어처구니가 없었죠. 그래서 저는 조목조목 조용히 따졌습니다.

 

"구 여권은 지금 펀칭이 되어있어 유효하지 않은 여권인데, 내가 이것을 왜 당신에게 보여줄까요?"

"그리고 당시 제가 제출한 신청 서류도 보세요, 거기에 제가 분명히 새 여권 번호를 썼어요"

 

그랬더니, 자기도 본인의 실수를 눈치 챘는지 한동안 말을 못하고 가만히 있더니, 저에게 하는 말이

 

"지금 그게 중요한게 아니니까, 앞으로 신청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죠"

 

"................................."

 

아 진짜, 엄청 따지고, 화내고 싶었지만 독일은 공무원의 위치가 하늘보다 높으신 분이라 화를 참고 앞으로에 대해 이야기를 했습니다.

 

3. 공무원의 무례한 태도 그리고 한국 방문으로 인한 3개월 지연

 

해당 공무원은 저에게 12월 중순에 제대로 된 영주권을 다시 찾으러 오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4개월 전부터 한국 행 비행기를 예약한 상태라 그 날은 조금 힘들다고 했더니, 공무원이 저에게 정확히 이렇게 말했습니다.

 

"훗.. 한번 한국으로 가보세요, 갈수 있으시나... 지금 영주권에 문제 있어서 한국 못가요"

 

정말 제 개인 변호사를 통해 항의하고 싶었지만 한번 더 참았습니다.... 독일 살면 느는 것은 참을성뿐이죠.....  제가 한국을 방문해야하는 가족 상황을 잘 설명했더니, 공무원이 그럼 여권에 임시 확인증을 붙여주겠다고 하더라구요. 한달짜리 임시확인증으로 한국을 방문할수 있게 도와주겠다고 하더라구요. 그러고 제대로 된 영주권은 한국 다녀와서 받으라면서요..

 

...도와주다니요....... 본인 실수로 인해 제가 지금 한국을 못갈뻔했는데, 도와주다는 표현을 쓰다니요... 사실 이런 뻔뻔한 표현은 놀랍지도 않습니다. 독일 회사 생활해보면 이런것보다 더한 뻔뻔함을 보거든요.

독일인들은 정말 미안하다는 표현을 잘하지 않아요. 회사에서도 본인이 실수 했다하더라도, 조용히 넘어가려고 하고,  잘못된 의사소통에서 비롯된것이라고 합니다.....

 

결국 저는 이렇게 작년에 한국 방문 전 해당 관청에 다시 방문하여  여권에 임시 확인증을 받고, 한국을 다녀올수 있었습니다.

 

독일 관청에 표시된 마스크 착용 안내판

 

4. 제대로 된 독일 영주권 수령 

 

결국 블루카드 비자를 받은지 54개월이 되어서야 최종적으로 제대로된 영주권을 받았습니다.. 남들은 33개월이면 받는 것을 저는 20개월이 더 걸렸네요.... 최종 영주권을 받을때도, 또 공무원이 실수한것이 없나 영주권에 찍힌 글자 토시 하나하나 다 살펴보았습니다. 독일에 살면 뭐 조금이라도 틀린것이 없는지 다시 한번 확인하는 의심병이 심해지기도 하죠...

 

아래와 같이 제대로된 영주권을 받고 나니 속이 후련합니다. 이제 여권이 만기되는 2029년까지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요. 독일 영주권은 여권과 항상 묶이기 때문에, 여권 만료기간까지 유효합니다. 여권이 만료되면 새 여권을 먼저 발급받고나서, 영주권도 갱신하시면 된다네요.

 

최종적으로 받은 독일 영주권

영주권 갱신해야하는 2029년에는 또 어떤 공무원의 실수가 나올지 무섭네요...

 

그럼 다음 포스팅도 기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