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Daily Life

독일인들도 한국처럼 명이 나물을 먹다니!

Herr Choi 2021. 4. 21. 01:05

독일인들도 한국처럼 명이 나물을 먹다니!

 

Hallo Guten Tag

 

안녕하세요 독일 이민 6년차 Herr 초이입니다.

 

코로나로 독일에서 집에만 갇혀 지낸지 거의 1년이 넘었습니다.

독일 회사는 재택근무를 한지 1년이 넘었고, 독일에서 일상은 집에서만 지내는 것이 전부가 되어버렸습니다. 한국이야 워낙 코로나 방역이 전세계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을만큼 잘되어있기 때문에 아무리 심해져도 하루 천명이 넘지 않지만, 여기는 락다운이 조금만 풀려도 1주일이 지나면 하루 3만명의 확진자가 나오고 있어요.

 

한국과 같이 하루 700명만 나와도, 여기 독일에서는 코로나가 종식되었다고 할 것 같은 분위기입니다. 아이 유치원도 문을 닫아 하루종일 집에만 있어 우리 가족 3명은 집돌이 집순이가 되었습니다. 

 

상점도 영업을 거의 하지 않고, 간혹 인터넷에서 방문 예약을 잡아야지만 가능한 상점도 있습니다. 이렇게 1년 넘게 독일에서 집에서만 지내다보니, 슬슬 집콕 생활에 지쳐만 갑니다. 독일 이민 온것에 대해 제대로 현타가 오고 있습니다..

 

이렇게 집에서 할게 없다보니, 아이와 밖에 나가서 할것이 없나 고민을 한참 해보았어요. 그러던 중 좋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바로 "명이 나물 따러가기!!" 

 

독일에서 4월이 되면 명이 나물 제철 시기인데요, 한국처럼 사계절을 명이나물을 먹을수 있는 나라가 아니다보니, 이때 명이나물을 먹지 못하면 1년을 또 기다려야합니다. 작년에는 코로나 초반 락다운이 심해, 외출하기가 꺼려져 마트도 잘 안가다보니 명이를 먹지 못했습니다.

 

차로 20km 를 달려 명이나물이 있는 곳으로 가는 독일 아우토반

주말에 가위, 장갑, 큰 장바구니 등 만반의 준비를 하고 명이 사냥을 시작하러 갔습니다. ㅎㅎ

바로 이 곳이 명이나물 천국입니다! 저도 이렇게 넓게 명이나물 밭이 있는 것을 처음 본지라, 신기할 따름이었죠.

 

독일 명이나물 밭

독일에서 명이 나물이라...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은 좀 의아해하실수도 있을것 같아요. 저도 독일 오고 2년이 지나서야 독일에서 명이 나물을 먹을수 있다는 것을 알았으니까요.  저도 맨처음에 독일에 명이 나물이 있다는 것을 들었을때 이게 정말 실화인가 의심했습니다. 

 

독일 = 명이 나물??? 

무언가 이상하잖아요 ㅎㅎㅎ

 

한국의 명이 나물은 잎이 넓적한 편이나, 독일의 명이 나물은 잎이 그다지 넓지 않고 길쭉한것이 특징이에요

 

한국과 조금은 다른 독일 명이나물

실제로 명이 나물과 비슷하게 생긴 독초가 있습니다. 그래서 채취할때 꼭 구별하셔야 하는데요, 은방울 꽃잎이라는 독초와 비슷하게 생겼어요. 두 개를 비교하는 방법이 있는데, 사실 가장 확실한 것은 냄새를 맡아보는 것입니다.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명이 나물에는 강한 마늘향이 납니다.

 

독일에서 명이 나물을 뭐라고 부를까요? 바로 Bärlauch !  입니다. 주로 토양이 풍부하고 습기가 있는 반그늘에서 많이 자라는데요. 잎이나 전체 풀에서 마늘 냄새가 나서 산마늘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실제로 4월초가 되면 독일 전역 어느 도시이든 명이 나물을 생각보다 쉽게 볼수 있습니다. 

 

명이나물을 신나게 따고 있는 딸아이의 모습

딸아이도 명이 나물 따기에 한창 신났습니다. 

어느 한인 가정의 경우는 집 바로 앞에 명이 나물 밭이 있어, 문 열고 밖에 나가서 먹고 싶을때마다 바로 따서 먹는다고 하더라구요.  얼마나 부럽던지요....

첫날에 갔던 곳은 잎이 너무 얇아서 따기 정말 힘들었는데, 그 다음에 찾아 간곳은 잎이 참 넓고 크더라구요. 

 

명이 나물 따기에 한창 신난 딸아이

명이 나물을 독일 마트에서 처음 접했을 때 , 가격에 정말 놀랐습니다.  100g에 약 2.5유로, 한화로 약 3300원정도 하더라구요.  100g을 사봤자 3명이서 한끼면 먹겠더라구요.. 워낙 우리 딸이 좋아하다보니까요.. 그래서 마트에서 사기에는 굉장히 금전적으로 부담이 되요..

 

독일 마트에서 파는 명이나물

이렇게 독일인들도 한국처럼  명이나물을 먹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꽤 즐겨먹더라구요. 명이 나물 캐러가는 곳마다 아래 사진처럼 명이를 캐러 가족끼리 온 독일인들을 많이 보았습니다. 독일인들이 명이를 따고 있는 모습이 참 무언가 신선하더라구요 ㅎㅎ

이렇게 독일에서는 주말에 할게 없다보니, 아이와 부모들이 밖에서 하는 활동을 많이 하게 됩니다. 아이와 함께 자전거를 타고 라이딩을 하던가, 등산을 하던가 혹은 정원 꾸미기를 하곤 하죠. 참 좋은 것 같습니다. 

 

명이나물을 캐러 온 독일인 가족들

한국에서는 아빠가 주말에도 출근을 하는 경우도 많기도 하고, 실제로 생활이 정신없이 지나가다 보니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적죠. 요즘 한국에서 아이들은 유튜브를 보며 자란다는 말이 있잖아요?  여기 독일에서는 상상도 못할 입니다. 우리 아이도 독일에서 이렇게 엄마 아빠와 여러 활동을 하고, 자연과 좀 더 친하게 지내면서 많이 배우는 것이 있겠죠?  한국에서의 수학, 영어  조기 교육보다는, 이런 자연 조기 교육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독일에서 명이 나물 따기에 신난 딸아이

독일 사람들의 경우 한국인들처럼 명이나물을 간장에 절여 장아찌로 먹지는 않아요. 물론 한국 바베큐를 먹으면서 명이 나물을 처음 접해 푹 빠진 독일 동료들도 많이 보긴했죠.

 

독일인들은 대부분 명이나물을  Pesto (페스토)로 만들어서 스파게티와 함께 먹거나 치즈와 함께 빵에 발라 먹기도 합니다. 놀라셨죠? 저도 명이나물을 이렇게 먹을수 있는지 이번에 사실 처음 알았습니다.  그래서 저희 가족도 이번에 명이 나물로 페스토를 만들어봤는데, 와이프와 아이는 좋아하지만, 제 입맛에는 맞지 않더라구요. ㅎㅎ

 

명이나물로 만든 페스토
명이 페스토를 곁들인 스파게티

4월 말쯤 명이 나물이 꽃을 피우기 시작하는데 전해오는(?) 독일 사는 한국인 선배님들(?)의 말에 의하면 그 전에 채취해야 한다고 해요. 

명이 나물에는 잎뿐만 아니라 줄기에도 영양이 많아서 줄기채 뽑는 것이 좋습니다. 쭈그리고 앉아 줄기채 뽑는것이 참 엄청난 막노동이더라구요. 1시간 정도 막노동(?)을 하고 잠시 차안에서 간식 시간을 가져봅니다.  우리 딸아이는 독일빵 브레첼을 참 좋아해서 어디를 가든 항상 가방에 브레첼을 챙기고 다니죠.ㅎㅎ

 

명이나물을 따고 잠시 독일빵 브레첼을 먹으면 휴식

내가 독일 와서 산에 가서 명이 나물을 따며 살줄이야 누가 알았겠어요.... 한국에서는 모든 채소를 사먹었는데.. 여기 독일 와서는 집에서 깻잎, 상추, 토마토를 심어 재배했고 심지어 올해는 명이 나물을 따러 2번이나 20킬로를 운전해서 다녀왔으니 말입니다...정말 독일 살면 한국에서 당연했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다는 것을 많이 깨닫게 됩니다. 

 

추운 날씨에 야외에서 컵라면을 먹고 있는 우리 부부

한국은 정말 모든것을 쉽게 구할수 있지만 여기 독일에서는 인건비가 비싸기 때문에 내가 몸으로 뛰지 않으면 내 월급은 다른사람들의 인건비로 다 지출할것만 같은 느낌이에요. 그래서 독일인들은 굉장히 독립적인 것 같습니다. 제 옆집 남편은 차고에서 차를 직접 고치고, 타이어도 직접 갈아 낄 정도에요.... (저는 신소재공학 출신이라 이런 조립과는 굉장히 거리가 먼 사람인지라.... 기계공학 출신 와이프가 집의 모든 가구를 조립하곤 해요..... )

 

장시간에 걸친 막노동에 끝에 수확한 명이나물

명이 나물을 채집하는 것에 대해 독일에서 불법이라든지, 여러  의견들이 많지만 독일 공식 사이트에 찾아보니 여러 군데서 나눠서 조금씩 채집하는 것은 괜찮다고 되어있더라구요. 그래서 저희는 한곳에서만 채집하지 않고, 여러군데를 돌아다니며 몇일에 걸쳐 따왔습니다 ㅎㅎ

 

우리집에서 명이나물은 사실 우리 딸이 제일 잘 먹습니다. 아직 7살밖에 안된 아이이고.. 독일에 1살때 와서 독일에서 지낸 시간이 더 많은 독일어가 거의 모국어인 딸이지만, 신기하게도 입맛은 토종 한국인이에요. 가끔 밥을 먹을때 오이고추를 쌈장에 찍어먹는 딸을 보면 저도 사실....깜짝 깜짝 놀라곤 합니다... 

 

이렇게 명이나물을 좋아하는 딸을 위해서 우리 부부는 힘들지만 명이나물을 최대한 많이 따왔어요. 마음 같았으면 1년치를 따오고싶었지만 1년치 명이를 준비하다가는 한달을 입원할것 같은 느낌이..........

 

명이 나물 세척 과정

명이 나물은 사실 해먹기에 굉장히 손이 많이 가는 음식입니다. 한국에서 사시는 분들은 아마 잘 모르실것같은데요, 저도 한국에서 살았을때는 쉽게 사먹을수 있는 음식이라 해먹어보지 않아서 몰랐습니다.

 

명이 나물 세척을 돕는 착한 우리 딸

명이 나물은 채취하는 과정도 굉장히 고되기도 하지만, 씻는 과정이 70퍼센트 이상을 차지하는 것 같습니다. 흐르는 물에 씻어줘야하기 때문에 우리 가족을 비롯한 독일 사는 한인 가정들은 욕조에 담궈서 대량(?)세척을 진행하곤 합니다. 저희 딸도 엄마 아빠를 도와주고싶다며 위사진에서 보시다시피 명이 나물을 씻어줍니다.

 

세척해서 말리는 중인 명이나물

명이 나물을 몇일간 손질했더니, 집에서는 온통 마늘 냄새가 진동합니다.... 독일 회사가 아직 재택근무고, 아이 유치원도 문을 닫아서 집을 나갈 일이 없으니 다행이지.. 아니었으면 제 몸에서 나는 마늘 냄새로 독일인들에게 미움을 살 뻔했네요 ㅎㅎㅎ

 

직접 따온 명이로 담근 명이 장아찌
명이 나물로 담근 김치

이렇게 따온 명이를 장아찌도 담그고, 김치도 만들어 놓았습니다. 이렇게 여러 통을 준비해놓으니 뿌듯하긴 합니다. 이제 독일에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슬슬 발코니에서 그릴할 시즌이 오고 있으니, 고기와 함께 명이나물을 먹을 생각을 하니 벌써 설레네요. 독일 사니 참 소소한 것에 설레고 행복을 느끼긴 합니다. ㅎㅎㅎ

 

아래는 바베큐와 함께한 명이나물 사진입니다!! 역시 한국인의 고기 밥상에 명이 나물이 올라오니 풍성하네요.

 

명이나물과 바베큐

그럼 다음 포스팅에서도 저희 집의 독일 생활 이야기를 기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