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Daily Life

독일 코로나 생활, 아이와 상추,깻잎 재배 시작

Herr Choi 2020. 4. 29. 00:15

독일 코로나 생활, 아이와 상추,깻잎 재배 시작

 

Hallo Guten Tag

 

독일은 현재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외출 자제령이 조금씩 풀리고 있는 상황이다.

3월 20일부터 약 한달 반 동안 외출 자제령으로 독일의 많은 사람들이 바깥 외출을 자제하고 집안에서 갇혀 지내다 시피 하였다.

독일의 거의 모든 회사들이 재택근무를 한달 반 넘게 하면서, 독일의 많은 부모들이 일과 육아를 집에서 병행해야 했다.

아이들이 유치원, 학교에 못가게되면서 하루종일 집에서 놀아줘야했는데, 워낙 힘든 것이 아니었을 것이다.

1주일도 아니고 6주 넘게 아이와 지속적으로 놀아줘야하는데, 똑같은 놀이를 몇번 하면 금방 지루함을 느끼는 아이들이라 매번 새로운 놀이를 생각해야하고,그렇다고  장난감을 매번 새로 사줄수도 없다.

 

그래서 독일인들은 외출자제령 기간동안 한 것이 크게 2가지가 있다.

 

바로 "집안 물품 정리"와  "정원 가꾸기"다.

 

4월 중순 한 독일 뉴스에는, 독일인들의 재활용 센터 방문 급증을 하나의 기사로 다루었다. 그동안 시간이 없어 미루었던 집안 물품 정리를 최근 집에 거주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많은 독일인들이 안쓰는 집안 물건들을 정리하여 재활용 센터를 방문하였다.

안쓰는 물건은 한국처럼 쓰레기통 근처에 놓고 관청에 신고를 하면 정해진 날짜에 수거해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최근 재활용 물품 수거 신고량이 급증하면서 불가능하게 되자, 사람들이 재활용 센터를 찾기 시작한 것이다.

 

독일의 노르트라인 베스트팔렌 주는, 위 뉴스처럼 재활용 센터에 물건을 버리고자 최소 2시간을 대기하고 있는 상황이라는데, 그 대기 행렬이 약 1킬로미터 정도 된다고 한다. 보훔 시에서는 300톤이 넘는 가구, 전기제품, 재활용물품들이 모여졌다고 하니, 얼마나 많은 독일인들이 최근 집안 물품을 정리하고 있는지 가늠할수 있겠다.

 

독일인들의 취미 중 하나는 정원 가꾸기 혹은 발콘 꾸미기인데, 여기서 발콘은 우리가 생각하는 발코니의 독일어다. 독일 집을 살때, 가장 중요한 포인트 중 하나가 바로 "발콘"이다. 한국의 단독주택과 같은 하우스가 아닌 이상 다가구 아파트의 경우 발콘의 크기가 넉넉해야 바베큐 하기도 좋고, 꽃, 채소를 키우기가 좋아서 독일인들에게 인기가 좋다.

이런 집을 사야 나중에 팔릴때도 잘 팔린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는 발콘이 넉넉한 집을 구입하였다.

 

아랫집 아주머니는 혼자 사시는데, 정원에 대한 사랑이 대단하다. 최근에는 아주머니도 재택 근무를 하시면서 정원 공사도 병행하셨다. 물론 정원 전문 업체가 와서 공사를 하긴 했지만, 저녁마다 직접 정리를 하시는 분이다.

거의 2주 넘는 대공사 끝에 아래와 같은 멋집 정원이 완성되었다.

 

최근 아이가 집에서 노는데 한계가 있어, 발콘에서 캠핑 생활도 했지만 또 무언가 아이와 할만한 색다른 것이 필요했다. 그래서 우리도 이참에 독일식 취미 생활을 시작하기로 했다.

바로 발콘에서 아이와 채소를 가꾸기로 한것 !

그래서 주말에 정원 관련 용품을 파는 마트에 들려, 흙과 화분을 사와 아이와 작업을 시작하였다.

정원 용품을 주로 파는 마트에 가면 꽃, 채소용 등 여러 종류의 흙이 있는데, 우리는 채소를 기를 것이므로 채소용 흙을 구입하였다. 가격은 약 10유로 정도이다.

 

화분도 여러개를 사왔다. 이쁜것 보다는 가성비가 좋은 실용적인 화분으로 구매를 하였다. 깻잎의 경우 모종을 깊게 심어야해서 공간이 넉넉한 화분이 필요했다.

요즘 독일 날씨가 너무 좋다. 독일에 4년간 살면서 이렇게 좋았던 적이 있었을까 싶었을 정도로 화창한 날씨가 너무 원망스럽다. 이렇게 좋은 날씨에 여행도 못가고, 외출도 마음대로 못하는 상황이 너무 화가 난다.

 

원래 독일의 4월날씨는 변덕스러운 날씨로 굉장히 유명하다. 그래서 독일에는 "Typisch April Wetter" 라는 말이 있다. 전형적인 4월의 날씨라는 말로 겨울처럼 춥기도, 눈이 오기도, 우박이 오기도 하는 변덕스러운 날씨를 일컫는 독일어이다.

그런데 이번 4월 날씨는 비 한방울 없이, 햇빛만 내리쬐는 너무나도 좋은 날씨이다.

 

이렇게 좋은 날씨에 빨리 채소라도 키워서, 깻잎, 상추를 자급자족 해먹는 낙이라도 있어야지 라고 다짐하여 와이프와 아이와 함께 작업을 시작하였다.

 

신소재 공학을 전공한 나와는 다르게 와이프는 기계공학을 전공해서, 나보다 손재주가 훨씬 좋다. 우리집은 다른 집과는 다르게, 꼼꼼한 것을 내가, 거친것은 와이프가 담당한다. 그래서 이케아에서 가구를 사와 조립하는 것도 와이프가 훨씬 잘한다. 화분에 물빠지는 공간을 뚫는 작업도 우리 와이프 몫이다. ㅎㅎ

 

우리 딸은 화분에 흙을 담는 모래놀이가 아닌 흙놀이를 시작하였다. 우리딸은 엄마 아빠가 무엇인가 하고있으면 항상 와서 도와주겠다고 하는 착한 아이이다. 다른 아이들처럼 착한일을 해서 장난감을 받고 싶어하는 것이 아닌, 정말 엄마 아빠를 도와주면서 기쁨을 느끼는 아이이다. 그래서 집안 청소를 할때도, 본인이 청소기를 담당하고 싶다고 청소기를 가져간다. 사실 청소에 크게 도움이 되진 않지만 (?) 그래도 이렇게 엄마 아빠 일을 도와주겠다는 마음씨가 너무 이쁘다.

 

깻잎은 몇주전부터 조금 발아를 해놓았다. 발아된 깻잎을 큰 화분에 적당한 거리를 두고 여러개를 심어놓았다. 사실 작년에도 깻잎을 키웠는데, 예상만큼 잘키우지 못해 여러가지 노하우가 생겼다.

그당시 너무나도 싼 흙을 사용했고, 깊게 심지 않았고, 너무 촘촘히 심어서 깻잎의 크기가 충분히 크지 못해 아기 깻잎들만 재배해서 먹을수 있었다.

 

계속 서서 흙을 퍼나르다 보니, 다리가 아팠는지, 자기 책상을 가져와서 의자에 앉아 흙을 다시 옮기기 시작한다.

 

최근에 독일에서 처음으로 부추를 사와, 부추김치를 담궈서 먹었는데 생각보다 성공적이라서, 부추도 한번 길러보기로 하였다. 부추는 다른 채소와 비교해 비교적 알아서 잘 자라는 편이라 크게 신경쓸 필요가 없다.

부추도 미리 자그만한 통에서 키워놓고 있었고, 이를 화분에 옮겨 심었다.

 

이날 날씨가 무척이나 더웠다. 6월 여름날씨라고해도 과언이 아닐정도로 햇빛도 너무 강했다. 꽤 오래동안 흙을 퍼담더니, 이케아에서 샀던 농부 모자를 가져와 일하고 있는 우리딸. 저렇게 물까지 벌컥벌컥 마시니, 막걸리 마시는 농부 느낌도 살짝 난다.

 

 

오랜 막노동 끝에, 깻잎 화분이 완성되었다. 올해는 정말 잘 키워서 제대로된 깻잎을 먹어볼 계획이다. 원래 깻잎은 따먹는 속도가 자라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는데, 어디 한번 그 속도 좀 보고 싶다.

 

3명이 힘을 합쳐 생각보다 빨리 일을 끝냈다. 깻잎, 상추, 부추 이렇게 3개를 심어놓았다. 올해 잘만 기르면 마트에서 이 3가지 채소를 구매 할 필요가 없을것 같다. 물론 깻잎은 독일 마트에서 팔지 않아서, 이렇게 기르지 않으면 독일에선 먹을수가 없다. 그래서 독일 사는 한인들 사이에서 깻잎 씨를 판매하거나, 깻잎 모종을 키워 판매하는데 그 거래가 꽤 활발한만큼 한인들의 깻잎 사랑이 대단하다. 한국에서는 마트에서 언제든 사먹을수 있지만, 독일에서는 그만큼 소중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며 살고 있다.

 

아 그리고 토마토도 재배를 시작했다. 독일 마트에 가면 이런 토마토 모종을 3천원정도에 파는데, 이것도 새로산 화분으로 옮겨 심었다. 올해 모든 농사(?)가 잘되야 할텐데. 기우제라도 지내야하나싶다 ㅎㅎㅎ

 

모든 작업을 마치고, 오랜만에 발코니 청소를 했다. 독일 발코니는 외부와 뚫려있어서 나뭇잎도 많이 날라오고 먼지도 많이 쌓인다. 그래서 주기적으로 물청소를 해줘야한다. 우리 발코니에는 주로 맥주 박스를 보관하고, 야외 테이블을 놓고 있다. 요즘 코로나 바이러스로 집에만 있게 되면서, 맥주를 굉장히 많이 마신다.

밤마다 한국 TV 프로그램을 보면서 독일 맥주를 마시는 것은, 독일 사는 모든 한국인에게 있어 유일한 낙일것이다. 독일 TV는 항상, 다큐멘터리, 뉴스, 요리와 같이 핵노잼 프로그램이 수두룩 해서, 한국 예능같은 즐거움을 찾아볼수가 없다.

 

발코니 청소를 하고 있는 아빠를 보더니, 또 자기도 하고싶다고 솔에 물을 묻혀 바닥을 열심히 닦는 우리딸. 정말 딸 하나는 잘키운것 같다 ㅎㅎㅎ채소 농사가 잘안되더라도, 딸 농사는 풍년이니 좋다

이렇게 코로나로 집에 있는 시간이 늘면서, 새로운 취미 생활도 찾아가고 있다. 어떻게 보면 더 길어진 가족과의 시간을 소중하게 써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코로나로 전세계 많은 사람들이 공포에 떨고 있는데, 다시 일상으로 복귀할수 있는 날이 곧 올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