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Daily Life

독일 코로나 상황 속, 아이와 발코니에서 캠핑하기

Herr Choi 2020. 4. 14. 00:01

독일 코로나 상황 속,  아이와 발코니에서 캠핑하기

 

Hallo Guten Tag

 

독일 코로나 감염자수는 멈추지 않고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3주전 메르켈 총리는 독일 전지역에 외출 자제령을 선포하였지만, 지속적으로 매일 4천명씩 증가하여 지금 독일은 12만명의 코로나 감염자를 보이고있다.

 

나 또한 독일 회사에 출근하지 않고 재택 근무를 한지 5주차이다. 4월 중순까지 재택 근무를 하기로 되어있으나, 본인의 선택에 따라 4월 말까지 재택 근무를 할수 있다.

 

실제로 재택 근무는 나에게 있어 전혀 불편함이 없다. 원래 독일은 재택근무가 하나의 근무 형태로 자리잡았기에, 직원들은 재택 근무에 있어 굉장히 익숙해있다. 그래서 재택근무가 나뿐만 아니라 대부분 직원들에 있어 더 효율적이다.

아침에 일어나 출근 준비 하는 시간을 줄일수 있고, 회사까지 가는 통근 시간을 줄일수 있어 약 1시간정도 절약할수 있다. 즉 하루에 있어 1시간을 벌어 25시간을 사는 느낌이다.

그래서 난 6시반에 노트북을 켜고 일을 시작하여, 4시전에 일을 마무리하는 편이다.

 

문제는 육아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독일 유치원도 코로나로 인해 휴원 중이다. 그래서 3월 중순부터 지금까지 유치원에 안간 지 한달이 넘었다. 외출 자제령이긴 하지만 가족끼리의 산책은 허용이 되서 마음만 먹으면 공원 산책 등 할수 있긴 하지만, 하루에 4천명씩 코로나 감염자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외출하기란 꽤 위험한 일이다. 그래서 우리 가족은 한달에 2번 외출한다. 그것도 마트에 장보러 가기 위해서....

 

집앞 차고 앞에서 자전거를 타거나 축구를 하는 등 이런 가벼운 운동은 하긴 하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아이와 놀아줘야하는 것은 아이나 부모에게 있어 꽤 스트레스 받는 일이다.

게다가 외출 자제령으로 타인과의 접촉으로 처벌받을수 있는 상황에서 아랫집 아이나, 지인 가족을 초대해 아이들끼리 놀게 하는 것은 하나의 소망일뿐이다.

 

작년 겨울에 아이와 약속한것이 있다. 날씨가 좋아지는 봄이 오면, 꼭 캠핑하러 가자고. 한국 만화 콩순이에서 아빠와 캠핑가는 것을 보더니, 아빠와 무척 캠핑이 하고싶었던 우리 딸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급작스레 코로나 상황이 터지면서 캠핑은 커녕 놀이터조차 가지 못하고 있으니.. 참 이 상황이 원망스럽기까지 하다.

어떻게 놀아줘야 하나 하다가, 문득 우리집 발코니가 머릿 속에 들어왔다. 독일식 아파트는 한국과 달리, 발코니에 창문이 없어 외부와 막힘없이 뚫려있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야외에 나와있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발콘에서 캠핑을 하면 어떨까? 라는 생각이 들어 와이프와 "발콘 캠핑 생활" 을 해보기로 했다.

 

집 밖 창고에 있는 텐트를 꺼내왔다. 실제로 캠핑을 가본 적도 없고, 다른 남편들처럼 캠핑 용품에 빠져 구입할 성격도 아니다. 이 텐트도 결혼 전에 와이프가 가지고 있던 것을 지금에서야 꺼낸 것이다.

 

발코니로 가져와 텐트를 넓게 펴보았다. 다행이 우리집 발콘이 넓어서 텐트를 수용하기에 충분했다.

 

텐트만 놓기에는 먼가 허전하고, 우리딸이 더 좋아할만한 무언가가 필요했다. 그래서 창고에서 하나 더 꺼내온것이 뽀로로 돗자리다.

 

점심시간이 다가와서, 그릴을 옆에 놓고 바베큐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릴까지 옆에 놓고 나니, 꽤 캠핑 느낌이 난다. 사실 우리집 앞에는 건물이 하나도 없고, 자그만한 농장이 있다. 이 농장에는 넓은 초원에 염소 두마리가 뛰어놀고 있다. 그래서 경치 하나는 정말 끝내준다. 한국에서 리버뷰라는 것이 선망이라지만, 우리집 발콘뷰는 정말 남부럽지 않다. 이렇게 자연과 동물이 옆에 있고 발콘에 텐트와 그릴을 갖다놓으니 사실 캠핑이나 다름없다.

 

아랫집은 넓은 정원을 가지고 있어 너무 부럽다. 사실 우리 건물은 3층으로 되어있는 독일식 아파트이지만 가장 아래층은 넓은 정원을 사용할수 있다. 그래서 이러한 코로나 사태에도 놀이터같이 뛰어놀수 있는 그들만의 공간이 있다. 아래층은 남녀쌍둥이인데, 저렇게 넓은 정원에서 뛰어놀고, 정원을 가꾸는 모습을 보면, 2층에 사는 것이 후회가 되기도 한다.

 

그래도 우리는 지금 캠핑다운 캠핑을 즐기고 있다. 마트에서 사온 목살과 소시지를 올려놓고, 야채와 마늘도 올려놓았다. 이런 그릴은 독일 어느가정이나 다 가지고 있다. 실제로 숯불로 하는 그릴을 대부분 가지고 있지만, 우리는 전기로 하는 그릴을 구입했다. 전기 그릴이 사용 효율면에서 훨씬 뛰어나고, 숯불향이 나지 않아 너무 좋다.

 

이런 그릴은 한국에서는 단독주택이 아닌 이상 불가능하겠지만, 독일에서는 이렇게 아파트들이 모두 발코니가 뚫려있어 단독주택에 사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발콘에서 그릴을 할수 있다.

 

바베큐에 술이 당연히 빠질수 없다. 독일에서 100종이 넘는 맥주를 먹어본 우리 부부는 이제 우리 입맛에 맞는 맥주가 어떤건지 정해져있다. 저 가운데 있는 자그만한 병맥주는 독일 북부지역의 맥주인데 30병에 7유로, 세일하면 5유로 즉 6500원에 살수 있는 가성비 최고의 맥주이다. 옆에 있는 캔맥주도 한 캔당 300원 정도 하는 맥주로 가끔 사먹는 맥주 중 하나이다.

소주는 지인으로부터 받은 굉장히 소중한 아이템이다. 실제로 소주를 독일에서 사먹기에는 꽤 부담스럽다. 독일 마트에서 약 4천원, 한국 식당에서는 15000원 주고 사먹어야 하기에, 한국에서의 가격을 알고 있는 우리로서는 쉽게 지갑이 열리지 않는다. 저 돈이면 사실 맥주 30병 한짝을 사고도 남는 금액이기 때문이다.

 

독일 맥주를 많이 마셔본 뒤로는, 와인 공부?도 시도하고있다. 독일에서 와인도 굉장히 싼편이다. 5유로 정도면 웬만한 괜찮은 와인을 살수 있다. 실제로 이러한 와인은 한국에서 2만원 넘는 가격에 팔리고 있다.

 

독일 와인하면 리즐링일 정도로, 나는 리즐링을 즐겨 마신다. 요즘에는 프랑스 샤도네이, 멜롯 등도 괜찮은 것 같다.

 

내가 고기를 구울 동안, 와이프는 근사한 한국식 바베큐 한 상을 차려놓았다. 밥, 된장찌개, 파무침, 김치, 그리고 각종 쌈.... 여기에 한국 소주까지. 이 정도면 독일에서는 럭셔리한 밥상으로 통한다.

이렇게 먹는다고 하면 독일 사는 한국인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는다.

(물론 한국에 사는 한국인들에게는, 전혀 이해가 안되는 내용일수도 있다.)

 

우리 아이는 고기보다는 소시지에 젓가락이 먼저 간다. 이렇게 나무 식탁에 앉아 초원을 바라보고 먹으니 정말 캠핑 온것 같다.

점심을 먹고 나서 다시 아이와 돗자리에서 놀기 시작했다. 한국에서는 레고가 유명하지만, 여기 독일에서는 레고보다는 플레이모빌이다. 플레이모빌도 발콘으로 가지고 나와 모래놀이와 합쳤다. 요즘에는 새로운 놀이 아이템을 찾으려고, 이렇게 두개의 놀이 아이템을 합쳐 보기도 한다. ㅎㅎ

 

요즘 독일 과자 중에 정말 맛있는 것을 발견했다. 바로 아래 사진이 그 아이다. 한국돈으로 1000원밖에 안하지만 그 양은 한국의 3천원짜리 과자 못지 않다. 나초같은 칩스인데, 맥주와 함께 하면 정말 환상이다. 이제까지 독일에 4년 살면서 이렇게 맛있는 과자는 처음 보았다. 당분간 이 과자만 사먹을듯하다. ㅎㅎ

텐트안에서는 이렇게 카드 놀이도 하기도 한다.

뭔가 우리 아이는 보드게임, 카드 놀이, 퍼즐에 굉장히 뛰어난 편이다. 소위 타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카드 놀이는 정말 6살 아이답지 않게 잘한다. 독일 아이들이 즐겨 하는 카드게임 중에 "우노" 라는 게임이 있는데, 독일 유치원에서도 선생님과 아이들이 모여서 하는 대표적인 게임으로, 유치원에서도 우리아이는 선생님을 이길 정도이다.

 

"가끔 밑장빼기 하는 것같은데?", "6살 아이가 맞나?" 라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아빠와 엄마를 이기는 것을 보면 정말 어느새 아이가 이렇게 컸는지 싶다.

독일에 이민 왔을때가 아이가 18개월때이었는데, 지금 독일어와 한국어를 완벽하게 잘하는 것을 보니 이민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카드 놀이가 지겨워 질때쯤이면, 인터넷에서 미로찾기, 숨은그림찾기, 색칠 공부 등을 다운받아 프린트해주고 있다. 특히 미로찾기는 나도 못 풀것 같은 것은 어려운 것을 일부로 골라 혼자 노는 시간을 오래 가지게끔 하려는데, 결국 5분도 안되서 금방 풀어버린다..... (어느 부모나 마찬가지겠지만, 나도 내 할일을 하기 위해선 가끔 아이가 혼자 노는 시간이 오래 필요하다ㅠㅠ)

가끔은 "또 프린트해줘야 하네....." 라는 생각에 힘이 빠지긴 하지만, 어쨌든 미로를 잘 푼다는 것은 좋은 의미이니까 ㅎㅎ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때는 주로 발콘에 있는 나무 탁자에 앉아 조용히 와인을 마신다.

점심때쯤이면 햇살이 상쾌하게 비치고, 염소들이 초원에서 뛰어놀고, 새들이 코로나로 인한 상황을 위로라도 하듯 노래를 불러주는 시간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조용히 앉아 와인을 마시면 잡생각도 없어지고, 이런게 평화롭다는 것이구나 라는 생각이 자주 든다.

 

그렇게 혼자 조용히 와인을 마시다가 문뜩 캠핑하면 빠질수 없는 것이 생각이 났다. 그것은 바로 "야외에서 라면 끓여먹기"! . 캠핑에서는 바베큐 그릴만큼 한국인에게 있어 중요한 것이 라면 아니겠는가.

그래서 집 밖 창고로 나가 버너를 꺼내왔다.... 이왕 할거 제대로 해야지.

 

이렇게 가스 버너에 각종 채소를 넣고 라면을 끓이고 있으니, 캠핑에서 할수 있는 것은 거의 다해보고 있는 느낌이다. 많은 사람들과 같이 했으면 더 많은 수다도 떨고 재미있었겠지만...  사회적 거리 두기는 선택이 아닌 필수인 만큼! 사람을 안 만나는 것이 정답이다.

 

역시 라면은 냄비 뚜껑에 덜어 먹어야 제맛! 저녁 먹기 전에 간단히 허기 채울만큼만 먹었다. 역시 라면에 소주는 빠질수 없지. 코로나로 집안에만 있으니, 술 섭취량만 늘어나는 것 같다.

맥주 30병 한짝도 10일정도면 없어지고, 와인도 한번 오픈하면 2일 이상 가지 않는다...

그래도 한국에서 회사 다닐때에는 1주일에 2번씩은 회식을 하고, 한번 회식때마다 소주 3병씩은 마셨으니.... 그때보다는 덜 마신다고 스스로 위안을 해본다........ㅎㅎ

 

저녁 먹기 전, 아이와 다시 놀아주는 시간!

이번에는 대야에 물을 받아와 새로운 놀이를 시작했다.

플레이 모빌 소방차 사다리를 이용해 사다리를 타고 내려와 다이빙 하는 것 ㅎㅎㅎ 어른들에게는 별것 아닐수도 있겠지만, 아이들에게는 이렇게 여러개를 접목시켜 노는 것이 신세계이다.

코로나로 실제 캠핑은 못해서 미안한 마음이지만, 이렇게 간이 캠핑을 통해, 야외에서 플레이모빌을 가지고 노니 우리 딸이 너무나도 좋아해서 뿌듯하다.

 

어느새 저녁 7시 반이 넘었다.

독일은 4월부터 썸머타임이 시작되서 저녁 8시가 넘어도 낮처럼 밝다. 여름에는 밤 10시가 되어도 저녁처럼 밝기도 하다. 아이와 놀다가, 아랫집에서 맛있는 냄새와 함께 연기가 올라오길래, 뭐하나 보았더니 아래 사진처럼 아랫집 아저씨가 바베큐를 하고 있다.

아랫집 그릴은 우리집 그릴과는 달리, 숯불을 이용하기 때문에 그 숯연기가 바로 우리집 발코니로 올라온다.

그 냄새를 맡고 있자니, 점심에 했던 바베큐가 또 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우리 아이도 잘 먹는 닭똥집을 구워보기로 했다. 독일에서도 닭똥집을 먹는 줄 작년부터 알았다. 어느날 마트에 가니 냉동팩으로 된 닭똥집이 4천원정도 하길래 사서 먹어본 것이 그 시작이 되었다. 주로 에어 프라이기를 이용해 먹었는데, 캠핑을 하고 있으니, 그릴로 첫 시도를 해보았다.

닭똥집에 통마늘을 넣고 그릴을 하니, 그 냄새가 고기 굽는 냄새보다 더 식욕을 자극한다. 덜 익으면 닭똥집은 약간 잡내가 나서, 고기 굽는 것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리긴 하지만 그릴로 하니 지루하지가 않아서 좋다.

 

이렇게 정성스레 구워낸 닭똥집 한 접시! 역시 닭똥집에는 파무침이 최고이다. 이렇게 하루에 2번 한국식으로 바베큐를 하니, 여기가 독일인지 한국인지 잠시 헷갈린다 ㅎㅎ. 술을 많이 마셔서 그런것일수도 있지만 ㅎㅎ

 

이렇게 우리 식구는 독일 코로나 상황속에서, 발코니에서 캠핑을 하고 있다. 이 상황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모르겠지만 빨리 맘 편히 외출 할수 있는 상황이 왔으면 좋겠다. 이렇게 맘 편히 바깥에 나가는 것이 어려운것이 될 줄 누가 알았을까?

 

코로나로 위기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사소한 것에 감사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 소중한 시간이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