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이란 나라는..

독일에서 이사할때 부엌도 들고 가야한다

Herr Choi 2019. 8. 14. 04:04

독일에서 이사할때 부엌도 들고 가야한다

 

Hallo, Guten Tag.

 

 

안녕하세요 Herr 초이입니다.

거의 한달 반동안 준비한 이사가 끝을 맺어 갑니다. 그동안 매일매일 서류처리에 시달리며 나날을 보냈는데....

정말 다시는 독일에서 이사를 가고 싶지 않을 정도로 독일 이사는 정말 쉽지 않습니다...

 

독일에서는 한국 포장 이사처럼 포장이사라는 개념도 있지만, 모든 것을 그대로 정리해주고 가지 않습니다. 그리고 포장이사가 많이 비싸서 독일인들은 직접 이사를 하기도 하는데요. 독일 가구들은 이케아 브랜드처럼 조립식 가구가 많아서 이사 갈때 직접 해체해서 이사용 트럭을 렌트하여 직접 이사를 합니다.

 

그리고 포장이사를 할 경우 모든것을 박스에 정리를 하도록 요구하면 금액이 올라가는 경우도 있어서, 박스를 이사업체로부터 미리 받아서 직접 박스를 정리하는 것도 대부분입니다.

 

물론 이사업체와의 계약에 따라 이 박스도 비용을 지불하는 경우도 있고, 서비스에 포함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저희는 새로 이직하는 독일 기업에서 이사 외주업체와 비용을 지원해주기로 해서 원래 모든것을 다 해주기로 되어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사업체에서 2일동안 기존 집에 있는 가구를 해체하고, 박스에 포장하고 싣겠다고 하더라구요..이사끝내고 새로운 도시로 5시간 운전해서 가야하기에 집 물려받기로 한 약속 시간에 늦을것 같아 박스를 먼저 보내주면 80퍼센트 정도는 우리가 미리 싸놓겠다고 했습니다.

 

이사업체에서 미리 받은 박스 80개를 가지고 한달전부터 천천히 옷장을 비우고 책장을 비우며 짐을 싸놓았습니다. 그래서 집은 항상 이사 대기 상태로 한달을 있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한가지 문제 발생! 독일 기업과 외주업체와의 이사 지원 계약 내용을 보면 어떠한 가구든 버려주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이게 왜 문제인지 차근차근 설명해드리죠.

 

1. 독일에서는 가구를 버릴시 관청에 신고해서 돈을 지불하고 수거 날짜를 지정한 다음 버려야합니다. 아마 한국도 마찬가지일거에요

2.독일에서는 부엌도 가구입니다. 한국은 싱크대, 수납장이 이미 설치된 부엌은 집의 한부분이라고 보지만 독일은 이것을 가구라고 봅니다. 그래서 이사갈때 독일인들은 부엌을 직접 해체하고 새집으로 옮겨 다시 직접 설치를 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독일인들은 본인의 취향에 따라 싱크대, 수납장, 냉장고, 식기세척기, 오븐, 인덕션을 직접 골라 설치하기 때문에 기존에 누군가가 쓰던 부엌을 쓰기 싫어합니다. 그래서 다음에 들어올 세입자도 부엌을 새로 맞춰서 이사할 예정이니 부엌을 해체해서 이사하라고 하더군요. (이사시, 독일은 다음 세입자에게 부엌 비용을 받고 부엌을 물려주는 경우도 있어 이렇게 하려고 했으나... 실패......)

 

 

3. 아래 사진과 같이 새로 이사갈 집에는 엄청나게 좋은 고급 브랜드인 부엌이 이미 설치되어있었으므로 우리가 기존 부엌이 필요없게되었습니다. (기존 집주인이 외국으로 주재원을 나가게 되어 비싸게 주고 설치한 큰 부엌을 놓고 간다기에 우리는 부엌을 설치할 필요가 없게되었죠.. 이 부엌에는 냉장고, 오븐, 싱크대, 식기세척기가 다 세트로 설치되어있어 너무 좋았습니다)

이사 시 부엌을 설치 안한다는 것만으로도 독일 이사에서 30퍼센트는 일을 줄였다고 봐도 될정도로, 부엌 설치는 돈도 비싸고, 기간도 오래 걸리는 스트레스 받는 일입니다.

 

4. 이사업체에서는 부엌을 대신 버려주지 않는다기에 , 부엌을 해체하고 버려줄 사람을 직접 찾아야했습니다. 운좋게 이사업체 한 아저씨가 자기 아는 친구가 이런 일을 전문적으로 한다기에 그 연락처를 받고 연락했죠.

 

 

5. 해당 업체 아저씨가 영어를 할줄 알기에, 문자로 영어로 주고 받았습니다. 결국 150유로에 부엌을 해체해주고 버려주기로 합의했습니다. 독일에서는 전화 통화보다, 항상 문서로 기록해놓는 것이 나중에 불리하지 않기 때문에 일부로 문자로 주고받았습니다. 이렇게 해서 골치거리가 하나 해결되었습니다.

 

다음날 아저씨가 오셨습니다. 역시 한 덩치 하시는 독일인 아저씨. 부엌을 혼자 해체하러 오셨네요... 우선 위에 있는 수납장부터 뜯어내시더라구요.

 

이걸 직접 뜯어내라고 한다면 어쩔줄 몰라했을 텐데, 이 분은 역시 내공이 느껴지는게, 드릴 한번 하고 뜯어내고.... 참 쉽게 해체하시더라구요.. 저도 그렇고 한국에 사시는 분들은 이걸 혼자 하라고 하면 대부분 못한다고 하실텐데 말이죠

 

이제 인덕션을 뜯어낼 차례. 우선 부엌에 연결된 퓨즈를 내린뒤 안전하게 작업을 합니다. 오븐도 참 쉽게 해체하시더라구요. 아저씨가 작업하는 것을 보면서 모든것이 신기했습니다.

그리고 이 부엌 설치, 해체 작업을 독일인들이 대부분 직접 한다는 것이 더 놀랍습니다. 저도 몇년 더 독일에 살면 부엌을 혼자 설치하고 해체하는 날이 오겠죠?

 

해체한 부엌은 복도에 잠시 보관하고 이 부엌을 수거할 트럭이 올때까지 기다립니다.

기다리는 동안 아저씨에게 150유로를 지불하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눠본 결과, 이 부엌을 버리지 않고 불우한 노인을 위해 무료로 기증한다고 합니다. 원래 독일에서는 이런 가구 쓰레기를 버리려면 돈을 많이 내야하는데, 이 부엌은 아직 쓸만하기 때문에 노인들에게 기증하면 5년은 더 쓸수 있을 거라고 합니다. 저에게 필요없는 가구가 독일 노인들을 위해 쓰인다니 기분이 좋습니다..

 

30분이 지나자, 수거할 트럭이 도착했습니다. 아저씨들이 복도에 놓여진 부엌들을 들고 트럭에 쌓고 고맙다고 인사하며 가셨습니다.

이렇게 해서 독일 이사에서 큰 과제인, 부엌을 해결하고 나니 참 속이 시원하네요.....

부엌이 빠진 공간.. 참 썰렁하죠? 독일에서 집을 나갈때 항상 청소를 깨끗히 하고 나가야 하기 때문에 몇시간 동안 청소도 해놓았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이사를 할 일만 남았네요. 내일을 위해 맥주 한캔 하고 자야겠습니다...

독일 이사에 대해 궁금하셨던 분들에게 흥미로운 포스팅이 되었길 바라며!

다음 포스팅도 기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