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이란 나라는..

독일 살면서 느낀 독일 맥주가 맛있는 이유

Herr Choi 2018. 10. 9. 00:45
  독일 살면서  느낀 독일 맥주가  맛있는 이유  

 

Hallo! Guten Tag !

 

독일도 쌀쌀한 가을이 왔습니다. 이번 겨울을 왠지 춥고 긴 겨울이 될거같은 불길한 예감이...드네요.. (독일의 겨울은 참 우울하고 항상 어둡거든요....)

오늘은 독일의 맥주 이야기를 해볼까해요

다들 아시겠지만 독일인들의 맥주 사랑은 참 대단하다는것! 저도 지금까지 독일에서 살면서 맥주에 빠져 살았는데 지금까지 마신 맥주 종류만 거의 150, 모두 1000 병의 병맥주를 마신거같네요...

 

(덕분에 몸이 맥주로 인해 불었지만요.....)

 

독일 맥주는 마시면 바로 느낄수 있는 것이, 한국 맥주와는 맛이 참 다릅니다. 그만큼 맥주의 역사가 오래된 나라이고 맥주 문화가 전국적으로 발달되어 와서 그런거겠지요. 독일의 어느 가정은 증조할아버지의 증조 할아버지의 또 증조할아버지의 맥주 만드는 고유의 레시피가 지금까지 내려오기도 합니다

 

마치 우리 나라의 김치 만드는 방식이 어머니의 어머니의 또 어머니로부터 내려오는 것처럼요.!!

 

하지만 독일 맥주가 맛있다고 하는 이유는 물론 맛 때문은 아닌거같습니다. 오늘은 그 이야기에 대해 해보려고 합니다.

 

독일에는 비어가르텐 (Bier Garten) 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말 그대로 맥주 (bier)를 마실수 있는 정원 (Garten)이라는 뜻! 이 비어가르텐은 독일인들에게 있어 뭐랄까, 휴식의 공간 같은 느낌이랄까요? 독일인들은 비어가르텐이라는 곳에서 맥주를 마시는 것을 참 좋아합니다.

 

독일에서 1년 중 날씨가 좋고 화창한 날이 한국에 비해 그렇게 많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날씨만 좋다하면 모두들 야외에 나가서 운동을 하거나, 피크닉을 즐기거나 또는 비어가르텐에 가서 여유롭게 식사와 맥주를 즐깁니다.

 

5월이 되면 웬만한 비어가르텐들은 2주전부터 예약이 꽉 찰 정도로 독일인들의 비어가르텐 사랑은 대단!!

 

이러한 비어가르텐은 시내 중심가에도 굉장히 많지만, 한적한 곳에 위치해 끝내주는 경치와 함께 맥주를 즐길수 있는 곳도 있습니다.

 

2달전에 드디어 독일에서 차를 구입한 저는 지루하지만 여유로운 주말 낮에 가족과 함께 비어가르텐을 가보기로 합니다. 집에서 25km 떨어진 이 비어가르텐은 차로 약 15분 정도 고속도로를 타고 쭈욱 가면 나와서 굉장히 편리합니다. 독일의 고속도로는, 즉 우리가 알고 있는 아우토반은 톨게이트가 없고 무료이고 우리집 바로 앞에 있어 집에서 가기 참 좋더라구요.

야외에 위치한 이 비어가르텐은 일반적인 비어가르텐의 4배는 더 넓어보였습니다. 이 날 날씨가 너무 좋아서 야외에서 맥주 한잔 하기 참 좋았어요. 이 곳은 넓은 잔디밭에 테이블이 여러개 있어 상쾌한 공기와 아름다운 뷰를 즐기기에 두말할것 없이 좋은 곳입니다.

 

이 비어가르텐에는 아이들을 위한 놀이터도 마련되어있습니다. 아까 제가 가족과 함께 왔다고 말씀드렸죠? 술을 마시러 왔는데 아이와 함께 왔다?

 

독일의 비어가르텐은 이렇게 가족이 함께 와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데, 놀이터가 구비된 비어가르텐이 많기 때문이에요. 독일인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바로 가족 중심의 생활. 그래서 독일의 옥토버페스트 같은 축제를 가도 대규모의 놀이공원이 준비되어있어 아이들과 함께 와서 즐길수 있기도 합니다.

 

 

 

비어가르텐에 위치한 커다란 와인밭. 이 비어가르텐은 높은 지대에 위치해있어 위 사진처럼 마을 경치를 한눈에 내려다볼수 있고 이렇게 넓은 와인밭이 위치해있어 뷰가 정말 끝내주었습니다

 

독일인들은 이 끝내주는 뷰를 어떻게 즐길까요?

바로 위 사진처럼 뷰를 바라볼수 있도록 의자를 비치해 식사를 하면서 좋은 경치를 여유롭게 즐김과 동시에 맥주를 마시는 거죠. 아마 독일 맥주가 맛있다는 것에는 이렇게 좋은 경치를 즐기면서 야외에서 여유롭게 마시는 이유도 한 몫 했을것이라 봅니다.

 

저 먼 산을 감상할수 있도록 유명관광지에 가면 항상 있는 망원경도 있어요. 물론 동전을 넣어야하는 유료지만.....

이 비어가르텐은 마을 외곽에 위치해있지만 꽤 많은 사람들이 주말에 가족과 함께 찾는 곳입니다. 이렇게 좋은 경치를 보며 맥주를 마실수 있는 좋은 곳이기도 하지만 하나의 매력이 더 있습니다.

바로 위사진처럼 커다란 성이 뚝 하니 서있음! 한국 문화로 생각해보면 맥주를 마실수 있는 술집에 오래된 성이 하나 있는 셈이죠.

사실 이 곳은 예전에 성이 있던 곳이에요. 독일의 제가 사는 곳에서는 이런 성들이 많아 전혀 놀랍지가 않습니다. 집에서 버스타고 10분만 가면 중세시대에 지어진 유명한 큰 성과 정원이 있고요, 오래된 유럽의 교회들도 있습니다.

 

이렇게 독일인들은 오래된 성이 있는 뷰가 좋은 곳에서 경치를 감상하며 맥주를 마신답니다.

"원래 맥주는 이런 경치와 성이 존재하는 곳에서 먹어줘야하는거 아냐?"

 

라는 허세를 부릴수 있을 정도로 독일 맥주를 더 맛있게 하기에 충분한 곳인것 같아요.

이 비어가르텐은 단순히 맥주만 즐길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1.위 사진처럼 저녁에 가끔씩 성 옆에 위치한 스테이지에서 공연을 하기도 하는데 오페라도 가끔 즐길수 있는 멋진 곳입니다. 평일 저녁 노을이 깔린 야외에서 아름다운 목소리의 오페라 공연을 즐기며 맥주를 마시는 것이 항상 우리가 유럽 여행을 하면 한번씩 해보고 싶은 아이템 중의 하나인데 이렇게 독일인들은 아무때나 즐길수 있는 일상 생활이라것..

 

2.이 곳은 결혼식 장소로도 사용됩니다. 독일은 교회에서 주로 결혼을 하지만, 이렇게 야외 결혼식도 굉장히 흔합니다. 주말이 되면 이곳에서 예식 상담을 하러 오는 예비 부부들도 종종 볼수 있습니다. 이렇게 오래된 성이 있는 아름다운 곳에서 결혼을 하는 것도 독일인들에게는 흔한 일. 마치 한국인들이 경복궁 같은 곳에서 결혼을 하는것과 같은 맥락이겠죠?

 

이 비어가르텐에서는 다양한 음식을 팔고 있는데, 여러 종류의 샐러드, 햄버거, 피자, 슈니첼 (독일식 돈까스) 등을 먹을수 있습니다.

비어가르텐에서 파는 주류는 무알콜 맥주도 있고, 라들러라는 과일혼합 맥주와, 필스, 헤페바이젠 등이 있는데 500ml 기준 약 6천원으로 다른 비어가르텐에 비해서는 좀 비싼편인거같아요. 아마 경치 값도 포함되어있나봅니다....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넓은 야외 잔디밭에 있는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이렇게 넓은 곳에서 자연과 함께 식사를 즐길수 있고, 아이를 마음껏 뛰놀게 해도 전혀 걱정이 되지 않아 너무 편했습니다.

 

사실 요즘 한국에는 맘충이라는 말이 유행할정도로 아이와 함께 식당 가는 것이 불편하기도 하고 눈치 보이기도 한데요, 여기 이렇게 넓은 곳에서 아이와 함께 식사를 하면 내 아이가 주위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도 않고, 우리 아이가 다칠까바 걱정 되지도 않아서 참 좋습니다.

 

주문한 헤페바이젠 (독일의 밀맥주) 가 나왔습니다. 독일에는 주로 필스와 헤페바이젠 이렇게 크게 2종류의 맥주가 있는데 저는 필스보다는 헤페바이젠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무언가 탄산이 덜하고 더 깊은 맥주맛이 느껴지는 것같은 느낌....

맥주와 함께 도착한 음식들! 저는 이곳의 햄버거를 참 좋아합니다! 일반 패스트푸드점에서 맛보는 프렌차이즈식 햄버거와는 차원이 다르거든요!  10유로 정도 되는 햄버거를 시키면 아래 사진처럼 엄청난 야채와, 큼직한 패티 2, 그리고 어마어마한 양의 감자튀김이 제공됩니다

그리고 아래 피자는 독일식 피자인데 독일 전통 음식입니다. 플람쿠헨이라는 것인데 우리가 알고 있는 씬 피자와 얼핏 비슷하기도 하지만 맛은 전혀 다릅니다.  

 

이렇게 아이와 함께 야외 테이블에 앉아서 상쾌한 공기 속에서 자연과 함께하는 점심 식사를 즐기니 독일 살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한국에서는 평일은 말할것도 없고 주말조차 아이와 놀시간이 없었고 항상 바빴던것 같아요. 지금 생각해보면 회사일이 많고 주말 출근이 반강제적인 상황이라 그랬던것도 있지만 사람들과의 모임도 많고...항상 뭐가 그렇게 바빴는지....

 

독일은 오히려 지겨울 정도로 주말이 참 길고, 그래서 집안일을 하게 되고 아이와 놀이터를 가게 되고.... 가정적일수 밖에 없는 자연스러운 상황들...


왜 한국에서는 이런 시간을 못가졌지...?

 

에 대한 의문이 살짝 들더라구요.

 

 

오늘 알려드린 독일의 비어가르텐! 독일 맥주가 맛있는것은 100퍼센트 당연한 사실! 하지만 이 비어가르텐 문화가 독일의 맥주를 더 맛있게 하는 환경을 제공하고, 독일 맥주를 더 유명하게 만들지 않았나 생각해봅니다.

 

그럼 다음 포스팅도 기대해주시고 !


Auf Wiederseh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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