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Daily Life

독일 사는 한국 아이들, 설날 만두 빚기 체험

Herr Choi 2020. 1. 29. 02:54

독일 사는 한국 아이들, 설날 만두 빚기 체험

 

Hallo Guten Tag

 

안녕하세요 Herr 초이입니다.

 

한국에서는 최근 설날이라 연휴 분위기도 나고, 오랜만에 만난 가족, 친지들과 모여 수다도 떨고 음식도 해먹는 분위기겠지만, 독일에서는 평범한 평일, 주말입니다.

 

독일에서는 한국과 같은 설날, 추석이라는 명절이라는 것이 없고 주로 기독교와 관련된 공휴일이 많아서 독일인들에게 설날이라는 것을 설명해줘도 깊이 와닿지는 못하더라구요.

 

이렇게 독일에서 산지 4년이 되다보니, 가끔 한국의 명절때가 되면 괜히 우울하기도 하고, 가족 친지 하나 없는 독일에서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자고 우리 가족은 이렇게 살고 있나 싶기도 합니다. 외국에서 오래살고 계신 한국인들을 보면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ㅎㅎ

 

독일에서 우리 가족은 2주에 한번씩 토요일에 "한글학교" 라는 곳에 갑니다. 한글학교가 무엇인지 궁금하시죠?

 

"독일에서 아이가 있는 한인 가정에게 꼭 필요한 곳인데요. 아이들에게 한글을 가르치는 수업을 하고 한국인 아이들끼리 친하게 지낼수 있는 자리이자, 부모님들에게는 독일에서 필요한 정보들을 서로 교환하는 샘물과도 같은 곳이지요."

 

아무리 아이들이 집에서 부모와 한글을 사용한다고 해도, 아이들은 주로 독일 아이들과 독일어로 대화를 하기 때문에, 독일어에 익숙해질수 밖에 없고, 서서히 한글과 멀어지며 부모들과도 독일어로 이야기를 하길 원합니다.

만약 부모들이 독일어에 완벽하지 못하다면 아이들과의 공감대가 형성될수 없고, 점점 아이들과 대화가 단절되는 것이 독일 사는 한인 가정들이 많이 우려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그래서 독일 사는 한인 가정들에게는 이 "한글학교" 라는 곳이 중요합니다.

지난 주 한글 학교에서는 한국 설날 명정을 맞아 아이들에게 설날이라는 명절에 대해 알려주고, 만두를 직접 빚어 먹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한글학교 가기전 만두를 빚기 위해 가정 당 할당된 준비물을 준비해서 한글학교에 갑니다. 저희 가정은 고기를 담당해서 마트에 들려 고기를 구입했습니다.

한글 학교에 올라가니 지난 수업에 아이들이 물감으로 만든 불꽃놀이 그림이 벽에 걸려 있네요. ㅎㅎㅎ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라는 문구와 함께!

 

한글학교에는 2주일마다 아이들 수업을 위한 수업 구상, 교구 준비 등 애써주시는 한국인 선생님이 계시는데 어떻게 저렇게 몇년째 봉사를 해주고 계실까? 라는 감탄과 함께 항상 감사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저라면 그렇게 할 자신이 없을것같아요....)

1교시에는 공지사항처럼 평소처럼 한글을 가르치는 수업을 했습니다. 오늘의 주제는 "모" 라는 글자입니다. 모래, 모자, 모기처럼 모로 시작하는 한글에 대해 배우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아직 미취학 아이들이 많아 선생님 말에 항상 집중하지는 않지만, 아이들 눈높이에 맞게 알려주시는 선생님 덕분에 아이들도 한글을 배우는 시간을 즐겼습니다.

2교시 만두 빚기 체험 전 아이들과 부모님들은 손을 깨끗히 씻고 와서 본격적으로 만두를 빚어봅니다. 아이들이 바로 만두 빚기를 할수 있도록 1교시 수업동안 엄마들은 미리 만두 속 재료를 준비해주셨어요.

 

저희 아이도 앞치마를 두르고 할당된(?) 만두속을 앞에 놓고 만두를 만들어봅니다. 만두피에 물을 촉촉히 바르고 만두속을 숟가락으로 올려 자그만한 손으로 만두피를 접는게 너무 귀엽죠?

사실 한국에 살아도 아이들이 만두를 많이 먹기는 하지만, 직접 만두를 만들어볼 기회가 없을텐데 독일에서는 더더욱 값진 경험이 되었을겁니다. 사실 저도 30대 중반이지만 이렇게 만두를 직접 빚어본것도 처음인거같아요. 한국에서 살때 항상 엄마가 해준 만둣국을 먹기만 했지, 이렇게 빚어볼 생각은 못했네요.

 

10명이 넘는 아이들이 한꺼번에 만두를 빚으니  만두판이 금방금방 완성되어갑니다.

 

1교시 한글 수업때는 그렇게 정신없이 떠들던 아이도 설날 맞이 만두를 빚는다니 잡담 하나 없이 초집중하여 부모님의 도움하에 만두를 정성스레 빚어갑니다.

아이들이 직접 빚은 만두 한번 보세요. 어른들 실력 못지 않죠? 모양과 크기가 가지각색이긴 하지만 아이들이 직접 빚은 만두를 먹는다는 것은 정말 외국 사는 한국인 아이들에게 값진 경험이 되었을거에요.

3판을 가득 채운 만두를 가지고 부엌으로 와서 미리 끓여둔 육수에 끓이기 시작합니다.

만두 외에 떡국 떡도 준비를 해와서 떡만둣국을 끓였습니다. 떡까지 들어가자 양이 상당해더라구요. 부모들까지 합쳐 30명이 오셨는데 40인분은 될 정도로 양이 넉넉했어요.

떡만둣국에 올릴 고명도 엄마들이 준비를 해놓으셨네요.

사실 손으로 직접 만두까지 빚어 떡만둣국을 끓여본 가정들은 거의 없었지만 이렇게 다같이 모여서 하니 금방금방 되더라구요. 역시 한국인은 예전부터 품앗이 등 단체로 모여 무엇을 하면 금방 금방 하는 민족성이 있어 뭉치면 역시 강합니다 ㅎㅎ

 

만둣국이 완성될 무렵 아빠들은 테이블을 꺼내와 식사 준비를 합니다. 준비된 테이블 위에 각자 가져온 음식들도 올려놓는데요, 맥주,주스, 파김치, 무말랭이, 과일 등 푸짐합니다. 한글학교 원장 선생님께서는 무려 약밥까지 준비해오셨더라구요.

 

떡만둣국이 드디어 완성되었습니다. 30그릇의 떡만둣국을 준비하느라 아이들도 고생했지만 부엌에서 빨리 끓여내신 엄마들도 고생이 정말 많았을거같아요.

저는 이 식기대를 식사하는 테이블까지 옮기는 역할을 맡았는데 혹시 실수라도 할까봐 엄청 긴장되더라구요. 만에 하나 쏟기라도 한다면 이 만둣국을 기다리고 있는 저 어린 아이들의 원망을 한몸에 받겠죠 ㅎㅎㅎㅎ

그래서 천천히 조심스레 옮겨 실수(?)없이 성공했네요 ㅎㅎ

정말 맛깔스러운 만둣국 한상입니다. 한국에 사시는 분들은 많이 공감하시지 못하시겠지만 독일에서 한식을 해먹는 일은 정말 힘든일입니다. 재료를 구하는것부터 비싸기도 하고 모든 재료 손질을 직접 해야하니 집에서 한식을 해먹으면 하루종일 부엌에만 있어야할 정도로 고된 일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직접 만든 손만둣국 하나라도 독일에서는 정말 감사한 일인데 여기에 추가로 파김치, 무말랭이까지 있어 정말 독일에서 따뜻한 떡만둣국을 먹었습니다.

 

한복을 입고 앉은 저희 딸아이도 자기가 빚은 만두가 너무 맛있는지 얌전하게 앉아서 맛있게 먹었습니다.

 

떡만둣국을 다 먹고 다같이 윷놀이도 하고 세배를 하는 행사도 가졌어요. 너무 재밌게 행사를 즐기느라 사진을 못찍어서 아쉽네요. 아이들이 부모님들에게 다같이 세배를 한후 대표로 한 아버님께서는 설날 구정에 대해 설명을 해주셨어요. 독일에서는 1월 1일 양력 기준으로 새해를 맞이하여 해를 기준으로 하는데, 한국은 달을 기준으로 한 음력 달력도 있어 한국인들은 구정 설날을 더 의미있게 보낸다고 설명해주시더라구요. 아이들에게 좋은 교육이 됬을거라 봅니다.

 

이렇게 독일 사는 한국인들은 한국처럼 친척들과 함께할수 없지만, 이렇게나마 같은 도시에 사는 한국인들끼리 모여 아이들과 함께 만두를 빚으며 설날을 보내기도 한답니다.

 

그럼 다음 포스팅도 기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