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Daily Life

SBS '아빠의 전쟁' 독일편 방송 출연 후기

Herr Choi 2017. 1. 17. 00:00

  SBS  '아빠의 전쟁' 독일편 방송 출연 후기 

 

Hallo! Guten Tag !

 

독일 와서 얼마 되지 않아 SBS 방송 작가로부터 연락을 받았습니다.

 

2017년 신년특집 '아빠의 전쟁' 을 기획하고 있는데 독일에 사는 우리 가족을 촬영하고 싶다는 의뢰였습니다.

한국은 다들 아시겠지만 대부분의 기업에서는 야근 문화로 인해 아빠와 아이들 간 대화가 많이 부족하고 함께하는 시간이 적지만,상대적으로 해외에서는 work and life balance를 중요시해서 가족이 함께 하는 시간이 많은 편이죠. 대충 이런 내용의 방송 촬영 주제였습니다.

 

그래서 SBS PD님과 여러 촬영팀이 저희 집에 오셔서 촬영을 하시고 가셨죠. 그 내용이 어제 아빠의 전쟁 3부에 방영이 되었답니다. 독일에서는 SBS 생방송을 볼수 없어서 친구와 가족들이 핸드폰으로 촬영해서 메신저로 보내줘서 바로 볼수 있었어요^^

 

배우 윤상현씨가 SBS 아빠의 전쟁 3부작 출연 및 내레이션을 맡으셨어요. 촬영 전에 윤상현씨가 스웨덴만 방문한다길래 독일에 사는 저희는 약간 아쉬웠답니다.

 

유럽 국가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스웨덴 아빠들의 육아 참여율이 굉장히 높은 나라로 유명합니다. 그래서 3부작에서는 독일 편보다 스웨덴 편이 메인이였지요.

 

스웨덴은 신조어, '라테파파"라는 말이 있을 정도죠.

 

라테파파는  오전 시간에 카페에서 이유식을 먹이고 24시간 아이와 함께 하는 스웨덴 아빠들을 칭합니다.

 

한국에서 육아 휴직을 쓰겠다고 하면 그냥 나가라는 말이 먼저 나올 정도지만 스웨덴은 다릅니다. 거의 90%의 아빠들이 육아 휴직을 사용하는 편이며 아빠가 육아 휴직 중이더라도 와이프가 벌지 않아도 될 정도로 정부에서 지원을 많이 해주는 편입니다.

 

아빠들의 적극적인 참여만큼 더 중요한 것은 정부의 지원인것이죠. 가족 중심의 기업 문화나 정부의 노력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제가 독일로 이민 온 이유이기도 하지요.

 

 

스웨덴만큼은 아니지만 독일 아빠들도 육아 참여율이 굉장히 높은 편입니다. 제가 지난번 포스팅에서도 소개를 드렸지만 퇴근후, 주말은 거의 아빠들이 육아를 담당합니다.

 

한국 아빠들보다 육아 참여에 적극적인 독일 아빠들의 성격 탓도 조금은 있겠지만 이것이 주요 원인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지 않습니다. 위 사진에서 볼수 있듯이 한국과 독일 간에는 현저한 노동 시간의 차이가 존재하지요.

 

한국은 OECD 국가 중 가장 많이 일하는 나라 축에 속하며 1년 2113시간을 일합니다. 365일 매일 일한다고 하더라도 거의 하루에 6시간을 일하는 통계입니다. 저도 한국에서 야근을 많이 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1주일에 2번 야근하거나 바쁘면 주말에 나가서 일하기도 했답니다.

 

 

반면 독일은 제가 직접적으로 체감하고 있는 것처럼 현저히 적습니다. 1371시간으로 한국의 60% 수준입니다. 독일은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적게 일하면서 한국보다 2배 이상의 임금을 받는 통계가 있지요. 결과적으로 보면 2배 적게 일하고 2배 이상 월급을 받아 시간당 4배 정도 더 받는 셈입니다.

 

독일은 그만큼 업무시간의 효율을 중요시하고 직원들도 그만큼 따라서 일을 합니다. 눈치보며 야근하는 사람, 주말에 일하는 사람 거의 없습니다. 한국처럼 야근을 한다고 상사가 좋아하고 보너스를 더 주는것이 아니라 오히려 무능력하는 사람으로 여기는 편이지요.

 

한국에서는 오히려 일을 효율적으로 하고 빨리 퇴근하면 일 없고 무능력한 직원, 일을 천천히 하면서 회사에서 저녁 먹고 자리에 앉아 일하면 상사가 이뻐하는 직원....

 

이런 인식이 굉장히 강한것 같아요. 제가 직접 경험하기도 했구요...

이런 점들이 너무 싫고 가정적인 아빠가 되고 싶어 독일로 이민을 오게 됬습니다.

 

 

SBS '아빠의 전쟁'에서 우리 집 배경을 시작으로 우리 가족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독일은 아시다시피 가을부터 거의 매일 비가 오기 때문에 SBS 촬영팀이 오신 촬영 당일에도 비가 주룩주룩 내렸답니다. 저희 주인집 아저씨가 타고 다니는 오토바이도 보이네요 ^^

 

 

촬영 당일 30분 정도 되는 여러 인터뷰가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핵심만 골라서 편집된것 같아요.

 

"절대 하루에 10시간 이상 일하지 말라"

 

제가 입사 첫 날 교육 받을 때 그룹장이 강조했던 말입니다. 이후로도 일이 많을때에는 항상 저에게 이 말을 하곤 한답니다. 이젠 귀에 이 말이 울릴정도로 지겹게 듣습니다.

 

독일 대부분의 회사는 하루 8시간 근무를 기준으로 하며 10시간 이상 일해서 만약 사고가 날 경우 모든 책임과 비용은 해당 그룹장이 챙겨야하기 때문에 부하 직원에게 일을 제대로 된 관리 하에 시켜야합니다. 게다가 일요일에 근무를 해야할 경우 해당 시청의 허가까지 받아야하니 얼마나 work and life balance를 강요하는 사회 및 기업 문화인지 느껴지시겠죠?

 

 

한국 기업에 있을 때는 뭐든지 빨리빨리 진행되는 흐름에, 남들보다 뒤쳐지지 않게 더 열심히 일하려는 욕구 때문에 퇴근해서도 항상 일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만큼 스트레스도 많이 있었구요. 가끔은 이런 스트레스가 아이한테 가는 상황이 무섭기도 했습니다.

 

또한 한국에서는 대기업을 기준으로 부장 말년차에 임원이 되지 못하면 회사에서 자발적인 퇴사를 요구하는 압박이 들어오는데 대략 47세정도가 되지요.

 

생각해보면 이 나이에는 아이가 중학생 혹은 대학생일 시기라 재정적인 상태가 굉장히 중요한데 평생을 바쳐 일을 한 직장을 잃게 되면 그 가정은 어떻게 될까요?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치킨집, 김밥집, 고기집 등의 자영업을 시작하지만 평생을 회사생활에만 몰두한 사람이 그 어려운 사업을 잘할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던져봅니다.

 

어떤 이는 "그럼 임원이 되면 되겠네" 라고 질문을 던집니다. 하지만 임원이 되는 것이 어디 쉬운일인가요? 업무 능력, 회사 사업을 넓게 보는 능력은 기본, 윗사람들에게 정치적으로 잘해야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가정에 소흘해질수 밖에 없죠. 이런 악순환은 끝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독일은 거의 모든 회사가 정년 67세를 보장합니다. 한국도 정년이란게 존재하지만 정말 말 그대로 존재만 할뿐, 이걸 지키는 회사는 거의 없죠. 독일은 회사를 다녀보면 흰 머리가 수두룩한 60세 이상의 직원을 쉽게 볼수 잇어요.

 

그들의 오래된 회사 생활 경험, 전문 분야 노하우를 쉽게 버리지 않겠다는 것이죠. 이런 소중한 능력들을 회사의 발전에 사용할수 있도록 많은 지원과 노력을 합니다.

 

이렇게 정년 퇴직을 하더라도 그동안 낸 세금을 바탕으로 연금이 지급되는데 대부분 150~250만원의 연금을 받는다고 합니다.

 

이런 국가와 기업의 재정적인 지원, work and life balance를 무엇보다 중요시하는 문화, 직원의 휴가를 무조건 우선시하는 문화가 있기에 오늘날 독일 뿐만 아니라 유럽의 육아 참여에 적극적인 아빠들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빠들의 단순한 참여의지로만 이루어질수 있는 것이 아니죠.

 

많은 한국 아빠들도 아이와 놀고 싶고 여행가고 싶어합니다. 이제는 한국도 회사의 발전 혹은 국가의 발전보다 가정을 둘러볼 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몇십년전 독일도 2차 세계대전 패전국가로 전락하면서 주 6일 근무의 힘든 근로 문화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느정도 기술 발전을 이루면서 독일은 주말을 보장하자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주 5일제 근무가 정착이 되었고 야근 문화도 그렇게 없어지게 된것이죠.

 

 

제가 한국에 있었을 때 칼퇴근을 한다 하더라도 집에 오면 7시, 밥 먹고 씻으면 8시...이때부터 놀아준다 하더라도 9시에는 아기가 자는 시간이므로 1시간 밖에 볼수 없죠. 하지만 야근이 있다고 하는 날엔 하루종일 아이와 이야기를 못하고 지낸 날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계산해보면 하루 평균 30분이라는 놀라운 숫자가 나오더군요.

 

하지만 여기 독일에서는 자유 출퇴근제라 7시에 출근해서 4시 정도에 퇴근해서 집에 오면 5시..밥 먹고 씻으면 6시..이때부터 놀면 3시간 정도 노는 셈입니다. 주말은 아침부터 밤까지 거의 모든 시간을 아이와 함께하는 편이지요. 이렇게 10년을 지내면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은 9천시간 정도 차이가 나며 1시간에 아이와 20번의 대화를 한다쳐도 10년에 18만 대화를 더 할수 있게 되는 셈입니다.

 

그만큼 아이와 더 알아갈수 있는 시간이 많아지게 되네요.

 

실제로 촬영했던 시간은 3시간 정도였는데 많은 사람들의 상황을 보여주다보니 저는 2분밖에 안나온것 같아요 ^^ 하지만 스웨덴의 육아를 보면서 아직 독일 아빠들도 배울것이 많구나 라고 느낍니다.

 

아이와 놀고 싶어도 회사에 몰두해야만 하는 한국 아빠였던 입장에서 한국도 정부의 변화와 기업 문화의 탈바꿈으로 돈버는 기계가 아닌 아이를 잘 아는 한국 아빠들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럼 다음 포스팅도 기대해주시고 !

 


Auf Wiederseh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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