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Daily Life

독일에서 50년 장인 미용사한테 머리 자른 사연

Herr Choi 2016. 9. 3. 03:44

  독일에서 50년  장인 미용사한테  머리 자른 사연


 

Hallo! Guten Tag !


안녕하세요 Herr 초이입니다.


독일 온지 한달이 넘어가니 머리도 많이 길어서 잘라야하는데 독일 슈투트가르트에는 한인 미용실이 없다보니 그동안 미루고 미뤄왔습니다.


주위 한국 사람들로부터 독일과 아시안은 머리 굵기랑 머리형태가 많이 달라 절대 독일 미용실은 가지말라는 말을 너무 많이 들어와서 겁이 났거든요.


독일은 미용실이 한국처럼 많이 발달되지 않은 편입니다. 독일인들에게 미용실이란 어쩔수 없이 가는 귀찮은 곳이라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습니다. 

독일인들은 집에서 와이프가 바리깡으로 남편 머리 잘라주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미용실 단순 컷팅만 하더라도 25유로 ~40유로 정도 하니 외식도 아까워서 안하는 독일인들에게 이 돈은 사치겠죠.

이를 배운 한국인들도 독일 이민 오기전에 한국에서 바리깡을 사다가 남편 머리를 잘라준다고 하네요. 미용 기본만 배워서 많이들 한다고 합니다.


집 앞에 미용실이 있긴 하지만 왠지 한국의 동네 이발소 같은 느낌이라 머리 스타일에 신경을 많이 쓰는 Herr 초이로써는 도저히 갈 염두가 안났습니다.


독일 회사 직원 중 일본인들에게 


"여러분은 어느 미용실 다니나요?" 


라고 물어보면 대부분 일본에 출장 가면서 한달에 한번씩 자르고 온다고 하더군요..


한국에 출장 갈일이 없는 저로서는 막막합니다....


그러던 중 어느 한 일본인이 저에게 희망찬 대답을 해주었습니다.


"Haputbahnhof 중앙역 근처에 모즈헤어 (Mod's hair)라고 는데 이 미용실은 전세계적으로 체인점이라서 괜찮고, 스코틀랜드에서 온 헤어 디자이너가 담당인데 괜찮던데?"


드디어 한줄기 빛을 얻은것 같습니다.


모즈헤어 (Mod's hair) 위치를 보니 집에서 15분 거리에 있는 곳이더군요.





평점도 보니 4.5점으로 높은 편이었습니다. 모즈헤어 (Mod's hair) 는 한국분들도 아시겠지만 한국에 많은 체인점을 가지고 있는 헤어샵으로 유명한 헤어샵 중 하나죠.


모즈헤어 (Mod's hair) 본점은 프랑스 파리에 있다는데 거기가 실력은 최고라고 합니다. 그렇지만 엄청 비싸다네요. 


역시 패션의 선두 고장 파리답습니다.


모즈헤어 (Mod's hair)를 추천해준 일본인이 조언을 해주었습니다.


"나는 갈때마다 예약을 하고 가서 기다리지는 않았는데 예약을 안하고 가면 좀 많이 기다려야 할거야"


예약을 하기에는 그 전날 시간이 너무 늦은 것 같아 다음날 일찍 오전 9시 전에 도착을 하는 것을 목표로 했습니다. 9시에 영업을 하니 좀 일찍 가서 기다리면 오전 일찍 오는 사람들이 많이 없을테니까요.


다음 날 기대 반 걱정 반의 마음을 안고 모즈헤어 (Mod's hair) 에 도착했습니다.

모즈헤어 (Mod's hair)는 중앙역에서 걸어서 2분 거리에 위치해 쉽게 찾을수 있더군요.



모즈헤어 (Mod's hair) 간판은  대전에서 본 모즈헤어 (Mod's hair) 와 똑같았습니다. 그래서 더 안심하고 들어갔는지도 모릅니다.


아직 다행히 영업전이었습니다. 들어갔더니 독일어로 뭐라고 하길래.


"English bitte" 라고 대답을 하자마자 " Of course " 라고 말해서 한 시름 놓았습니다.


예약을 안했지만 머리를 자르러 왔다고 하자 그러면 9시 30분에 한 타임이 비니 30분만 기다려달라고 하더군요. 그러고 나서


"2층에 올라가서 기다리면 커피 or 차를 준비해줄테니 우선 올라가서 기다리세요"


라고 말해서 2층으로 올라왔습니다.



2층에 올라오니 한국의 모즈헤어 (Mod's hair) 미용실과 비슷한 분위기입니다. 




한국 미용실처럼 머리를 감겨주는 의자가 따로 구비되어있습니다. 한국처럼 버튼만 누르면 자동으로 내려가는 자동 의자는 아니더군요. 



어떤 음료를 원하냐고 해서 카페라떼라고 말했긴 했는데, 설마 추가 요금이 붙는건 아닌지 의심스럽긴 했습니다. 독일에서는 공짜라는게 없거든요. 


독일 커피 맛은 정말 좋습니다. 진한 커피의 향이 온몸에 베는 느낌입니다.



다시 볼수 없는 머리 스타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사진 한번 남겨놓았습니다. 

이렇게 사진 찍고 있는데 헤어 디자이너가 오더군요.


처음에 깜짝 놀랐습니다. 70살 정도 되어보이는 어르신이었습니다. 그래도 헤어 디자이너라 그런지 세련되고 중후한 모습이 멋져보였습니다.


"손님 어떻게 자르시겠습니까"


"전체적으로 조금씩 다듬어주시는데 옆머리랑 뒷머리는 좀 더 많이 잘라주세요"


"아하 알겠습니다"


이야기를 나눠보니 그 일본인 동료가 추천해준 스코틀랜드 출신 헤어 디자이너였습니다.


헤어 디지이너에게 Teshima 상 (일본인 직장 동료) 아냐고 물어봤더니



"당연히 알죠, 제 단골 고객입니다"


"그 분이 저에게 여기 미용실과 아저씨를 추천해줬어요"


"아 그래요? 하하하.. 감사하다고 전해주세요"



머리를 자르기 전에 머리를 한번 감고 시작하겠다고 합니다. 헛....여기 독일에서는 미용실에서 머리 감겨주면 추가요금 받는다고 했는데 .... 뭐 그래도 어쩔수 없이 하라는 대로 해야죠..


머리를 감고 말리고 나서 본격적으로 헤어 컷팅을 시작합니다.


어르신은 바리깡을 안쓰시고 가위와 빗으로 모든 컷팅을 하시더군요. 자로 정확히 재는 듯한 컷팅에 마음이 점점 놓였습니다. 


머리 자르는동안 "독일 오니 어떠냐?" " 언제까지 지낼 예정이냐" " 독일 생활하는데 불편한 점은 없냐" "독일어 배우는 것 어렵지 않냐" 등등 친할아버지같은 질문에 금방 친근감이 들었습니다.


본인은 스코틀랜드에서 왔고 조카들은 중국에서 근무를 하는데 조카의 아이들이 어릴때 이주를 해서 그런지 중국어를 네이티브처럼 구사한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제 딸도 독일어를 금방 배울거라고 걱정하지 말라고 진심어린 말을 전해주십니다.


본인은 모즈헤어 (Mod's hair)에서 근무한지 오래됬고 나중에 헤어샵을 차리는 것이 목표라고 합니다. 


70대 어르신이 아직 본인의 일을 사랑하고 더 높은 꿈을 계속 가지고 있다는 것에 정말 감동 받았습니다. 우리나라 같으면 은퇴하고도 노후 대비에 신경써야할 텐데 말입니다.


머리를 다 자르고나서 거울을 제대로 봤더니, 생각보다 너무 괜찮았습니다!


너무 안심이 되고 마음에 들어서 


"아저씨 너무 마음에 들어요, 미용 일 하신지 얼마나 되셨어요?"


"하하 미용이요? 50년 됬어요"


"5..50년이요....?


순간 너무 놀랐습니다. 50년 된 장인 미용사가 제 머리를 잘라준거였어요.


매우 영광스럽기도 하고 그 경력에 감동을 받았습니다. 한길을 쭉 걸어온 그야말로 장인이였던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도 인생의 많은 경험을 가진 어르신들이 독일처럼 노후에도 꾸준히 일자리를 구할수 있는 시대가 왔으면 좋겠네요.



블로그를 통해 50년 장인 미용사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으나 초면에 사진 찍자고 하는것이 민망해 다음으로 미루기로 하고 명함에 사인 하는 모습만 조용히 찍었습니다.


가격은 33유로가 나왔습니다. 생각보다 비싸지 않은 가격에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결국 음료와 머리 감는 비용은 포함되어있더군요. 괜히 걱정했습니다.


아래는 머리 자른 다음날 사진입니다! 생각보다 괜찮죠??



50년 장인 미용사와 악수를 하며 다음달에 보기로 하고 모즈헤어 (Mod's hair) 를 나왔습니다.


머리 한번 자르고 나왔을 뿐인데 이런 저런 생각이 스쳐갑니다.


독일처럼 한국도 노후에도 일할수 있는 환경이 조성이 되었으면 좋겠고, 특히 그들의 노하우나 인생의 경험이 분명 젊은 사람들보다 나은 면도 많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것이 복지가 아니라 바로 이런게 제대로 된 복지라고 생각합니다. 독일은 어딜 가든 노인이 일하는 모습을 많이 볼수 있고 특히 패스트푸드점, 페스티벌 현장, 레스토랑 등에서 쉽게 볼수 있습니다. 


대한민국도 이런 사회 제도가 정착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럼 다음 포스팅도 기대해주시고 !


Auf Wiederseh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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